JEONJU IFF|문란한 스타와 사생팬의 잘못된 만남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팬 걸' / 연출 앙투아네트 하다오네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5/01

JEONJU IFF|문란한 스타와 사생팬의 잘못된 만남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팬 걸' / 연출 앙투아네트 하다오네

김준모 | 입력 : 2021/05/01 [10:00]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동경하는 스타와의 만남은 모든 팬들의 소망일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때론 그 마음이 과한 욕망이 되어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좆는 사생으로 변질되고는 한다. '팬 걸'은 한 사생팬이 스타의 민낯을 보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단순한 충격과 실망의 관계를 넘어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웃음보다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유발한다.

  

파울로 아벨리노는 필리핀 최고의 스타배우다. 그를 열렬하게 사랑하는 소녀팬 제인은 파울로의 영화 홍보자리에 참석했다 그의 트럭 뒷좌석에 몰래 잠입하는데 성공한다. 스타에게도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행사장에서 멀어지자마자 화장을 지우고 노상방뇨를 하며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주는 파울로. 그의 몸에는 문란한 문신까지 그려져 젠틀하고 로맨틱한 이미지와 상반된 분위기를 풍긴다.

 

▲ '팬 걸' 스틸컷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환상을 깨는 모습에 실망할 법도 하건만, 제인은 오히려 신이 났다. 파울로의 은밀한 모습을 혼자서 관찰했다는 생각에 흥미를 느끼는 건 물론, 그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한다. 예상치 못한 사생팬에 반응에 파울로는 더 노골적으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이 본색이 제인에게는 영화 속 로맨틱한 모습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환장의 듀오가 뭉친 것이다. 이들의 모습은 초반에 웃음을 자아낸다.

 

로맨스에 어울리는 스타는 난봉꾼이고, 눈에 콩깍지가 끼인 사생팬은 뭘 해도 멋지게 바라본다. 아예 팬에게 담배까지 가르쳐주며 쓰디쓴 인생 조언을 건네는 파울로. 스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게 팬의 마음이라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보여주는 그의 솔직함은 거북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 웃음이 거북한 이유는 파울로의 본 모습이 점점 제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방향으로 향한다는 점에 있다.

 

스타와의 연애를 꿈꾸는 유사연애의 감정은 특별한 그 사람의 세계로 자신이 빠져든다는 생각에서 더 큰 쾌감을 선사한다. 제인이 파울로의 추잡한 민낯을 보고서도 그를 향한 마음을 접지 않았던 이유는 여전히 그의 세계가 특별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술도, 담배도 학생인 제인이 있는 세계에서는 접해볼 수 없다. 파울로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인은 즐거움을 느낀다.

 

이 세계가 무너진 건 파울로의 모습에서 현재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가짜 애인을 내세우고 유부녀와 바람을 피우는 파울로를 발견한 순간 제인은 자신의 현실을 보게 된다. 현실 속 그의 어머니는 이혼 후 만난 남자친구에게 붙잡혀 꼼짝 없이 살고 있다. 남자친구를 사랑하기에 그가 휘두르는 폭력마저 인내한다. 제인은 내연녀를 상대로 파울로가 행하는 폭력과 파울로를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머니와 다를 바가 없다는 걸 인지한다.

 

▲ '팬 걸' 스틸컷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이 순간 파울로에게 품었던 제인의 판타지는 무참히 깨진다. 현실에 있는 남자에게는 이상적인 사랑을 느끼기 힘들다. 더구나 그 남자가 증오의 대상이라면 더더욱. 영혼까지 탐하고 싶어 하던 사생팬은 과감하게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파울로의 입장에서는 빨리 자신의 곁을 떠나주길 바랐던 제인이 막상 내면의 고민과 상처를 나눈 후 떠난다는 점에서 감정적인 추락을 경험한다.

  

파울로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만을 중점으로 보자면 우상은 우상으로 남겨두고 마음에 품는 게 좋은 팬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처럼 보인다. 헌데 이런 팬심에 실망한 후에도 제인이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기분을 안긴다. 판타지에서 벗어나면 보이는 건 현실이다. 현실이 괴롭고 힘들기에 우리는 판타지란 사랑을 원하고 스타를 동경한다. 스타와의 사랑은 무언가 특별할 것이라 여긴다.

 

판타지는 행복을 가져온다. 한 연예인에게서 감정이 끝나도 또 다른 연예인을 좋아하는 거처럼 끝이 없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감정적인 행복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는 흔치 않다. 그래서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동경한다. 제인이 파울로에게, 제인의 어머니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그러하듯 말이다. 필리핀을 대표하는 로맨스 영화감독 앙투아네트 하다오네는 자신이 추구해 왔던 판타지의 세계관을 스스로 파괴하는 파격을 선보인다.

 

이 파격을 위해 택한 배우가 파울로 아벨리노다. 실제 필리핀의 스타인 그는 자신의 본명으로 캐릭터를 연기한 건 물론, 파격적인 노출연기로 스스로에 대한 환상을 파괴하는 배역을 맡았다. 코믹한 설정을 통해 웃음을 유발했던 영화는 그 이면에 사랑의 판타지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며 왜 우리는 스타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진중하게 던진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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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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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5.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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