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 IFF|'그레타 툰베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그레타 툰베리' / 연출 나탄 그로스만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5/01

JEONJU IFF|'그레타 툰베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그레타 툰베리' / 연출 나탄 그로스만

김준모 | 입력 : 2021/05/01 [10:00]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그런 인물들이 있다.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이 사람의 업적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는 사람이 말이다. 예를 들어 진중권 전 교수는 진보논객으로 그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가 유명해진 계기인 미학 서적에 대해서는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그레타 툰베리 역시 대단한 업적을 지닌 인물처럼 보인다. 10대의 나이에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된 건 물론 기후변화 활동가로 이름을 알렸으니 말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이전인 2018년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당시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문제를 이유로 스웨덴 선거 전까지 등교거부 시위를 진행한다. 이런 툰베리의 모습은 어린 나이에 성숙한 인식으로 생각이 아닌 실천을 보여줬단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후 툰베리는 유럽을 대표하는 기후변화 활동가로 거듭난다.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 툰베리를 만나고 조언을 구하면서 UN을 비롯해 영향력 있는 기구에서 연설할 기회를 얻게 된다.

 

▲ '그레타 툰베리' 스틸컷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2019년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툰베리는 역대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최연소로 선정되기도 한다. 이 해에 125개국 2천여 도시에서 적극적인 기후 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학생 주최 시위가 주도되고, 역대 가장 많은 환경운동시위 참가자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툰베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환경운동이 툰베리로 인해 탄력을 받은 것이다.

 

헌데 우리는 툰베리가 어떤 주장을 했고 환경운동에서 어떤 패러다임을 제시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툰베리가 영향력이 높다는 사실만을 인지하고 있다. 정답이다. 툰베리가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한 2018, 그녀의 나이는 15살이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중학교 3학년 학생이 환경운동의 선봉장에 선 것이다. 툰베리는 8살 때부터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지니고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허나 그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해 연구하는 수많은 학자들조차 함부로 의견을 내는 걸 꺼려한다. 현대 사회의 구조 속에서 환경오염과 관련된 요소들을 급격하게 줄이는 게 실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개발도상국은 개발도상국대로 이유가 있다. 때문에 툰베리의 주장은 다소 극단적이고 급진적으로 들린다. 탄소 배출 중단 주장과 화석 연료 사용 금지, 종말론과 음모론은 강한 지지층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비판의 대상이 된다.

 

툰베리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점, 8살 때부터 환경운동에 대해 소호했으나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우울증에 걸렸다는 점은 이런 기후변화에 대한 툰베리의 집착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추측을 불러온다. 툰베리는 미국으로 연설을 가기 위해 환경을 많이 오염시키는 비행기 대신 배를 택한다. 오랜 항해로 고통스런 상황을 인식함에도 이를 고집한다는 점은 환경보호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 '그레타 툰베리' 스틸컷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이 작품을 통해 보여 지는 툰베리의 이미지는 마이크다. 산업혁명 이후 환경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이를 대표할 만한 인물이 부족했다. 환경운동이 거대한 패러다임이 되고 주류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대표로 내세울 누군가가 필요했고 툰베리는 이에 딱 맞는 존재다. 어린 나이에 환경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호소하면서 극단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툰베리는 최고의 마이크였고, 환경문제를 알리고 싶어 하는 이들은 툰베리를 초청한다.

 

이 과정에서 툰베리는 책임감에 수반되는 부담감을 느낀다. 공부를 좋아해 학업에 열중하고 싶은 나이에 연설을 위해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성과가 있다면 모를까,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만남을 주선한다. 툰베리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과 달리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툰베리는 더 큰 부담과 고통을 느낀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에 툰베리는 환경운동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 의해 마치 걸레처럼 쥐어 짜여졌다. 툰베리의 연설에는 종말론적인 미래가 가득하며 극단적인 변화에 대한 메시지만 담겨 있다. 지지자들이 듣기 좋은 결집을 위한 목소리만이 남아있다. 이는 툰베리 스스로가 이 문제에 대해 더 공부하고 생각해볼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16살 소녀가 환경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에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뽑혔겠나. 이 작품은 툰베리의 영향력과 인간적인 고뇌를 담지만 그 부족한 결실 역시 원치 않게 포함된다. 그것이 그레타 툰베리란 인물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툰베리는 행동할 줄 아는 지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 행동력이 주변에 의해 소모되며 자신을 성장시켜야 할 시기를 놓치고 있는 아쉬움을 보여준다. 마치 환경보호의 골든타임을 점점 놓쳐가고 있는 거 같은 지구처럼 말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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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5.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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