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세계관과 철학적인 메시지, 제2의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등장했다

[프리뷰] '애플' / 5월 2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5/18

독창적인 세계관과 철학적인 메시지, 제2의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등장했다

[프리뷰] '애플' / 5월 2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1/05/18 [10:00]

 

▲ '애플' 스틸컷  © (주)다자인소프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애플'은 요르고스 란티모스라는 이름으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영화다. '송곳니'로 전 세계에서 충격을 안긴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이후 '랍스터'와 '더 페이버릿'으로 세계적인 거장의 자리에 올랐다.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인 '애플'로 2의 요르고스 란티모스라는 찬사를 들으며 기대되는 신예의 등장을 알렸다. 여기에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이 제작에 참여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기억 상실'이란 재난

 

작품은 재난을 소재로 하면서 개인적인 측면에 집중한다.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알리스는 라디오를 통해 원인 모를 단기 기억상실증이 유행병처럼 번진다는 소식을 듣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사람들은 신분을 증명할 무언가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병원으로 가게 된다. 버스 안에서 잠든 알리스는 종점에서 깨어난 후 기억을 잃게 된다. 신분을 증명할 그 무엇도 지니고 있지 않던 그는 병원을 향한다.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영화는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 분위기는 알리스가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극대화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 속에서 알리스는 가족이 찾아오지 않자 혼자가 된다.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은 돌아오지 않는 기억 대신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다. 알리스는 녹음된 내용에 따라 인생 경험을 쌓고 사진으로 이를 기록한다.

 

새 인생을 살아가던 알리스는 자신과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안나를 만난다. 운전, 수영, 클럽 등 안나와 다양한 추억을 쌓아가는 알리스는 새로운 기억을 쌓으며 한 가지 공포를 느낀다. 바로 기억의 회복이다. 이 작품이 재난영화인 이유는 기억의 소멸은 개인의 죽음과 같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개인은 사회화 과정에서 경험했던 모든 감정과 규칙을 잃어버린다. 외형만 사람일뿐 내면은 텅 비게 된다.

 

작품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며 기억의 소멸과 재생성의 과정을 멜랑꼴리한 감성으로 담아낸다. 소멸이 절망적이지도, 재생성이 희망적이지도 않다. 이전의 자신을 모르는 알리스에게 추억이 사라졌다는 건 고통과 거리가 멀다.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역시 불완전한 체험의 연속임을 인지하며 우울을 느낀다. 전자기기를 배제한 아날로그 감정을 통해 허무주의나 실존주의 같은 철학적인 영역을 문학적인 정취로 탐한다.

 

 

▲ '애플' 스틸컷  © (주)다자인소프트

 

제목 '애플'의 의미

 

제목인 애플(apple), 사과는 알리스가 기억하는 유일한 맛이다. 몸은 뇌와 함께 기억의 영역을 담당한다. 기술자가 머리로 동작을 외우지 않아도 반복되는 행동을 잊지 않을 수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오감 역시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 사과의 맛을 유일하게 기억하는 알리스는 계속 사과를 먹는다. 이 행위는 과거의 장소를 찾아가 기억을 되찾으려는 시도와 연관되어 있다.

 

안나를 만난 뒤 사과의 의미는 변한다. 사과가 기억을 되찾게 만드는 효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알리스는 장바구니의 사과를 다시 되돌린다. 포스터 속 벗겨진 사과 껍질처럼 알리스는 자신의 뇌 속 기억을 보길 바랐다. 안나를 만난 후에는 그 껍질을 벗기는 걸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기억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알리스는 인생 배우기 프로젝트에서 좋은 기억만 배우는 게 아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등 슬픔의 감정 역시 함께 배운다. 이 과정은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기억을 잃은 알리스의 독특한 행동은 블랙코미디의 형태로 쓴웃음을 유발한다. 알리스가 우주복을 입은 모습이나, 사고를 낸 뒤 운전경험이라며 사진촬영을 하는 안나의 모습은 작품에 흠뻑 빠지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주제의식을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지니게 만든다.

 

작품은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해 기억에 관한 우화(寓話)를 완성한다. 이 결말은 알리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상상할 수 있는 묘미를 선사하며 우리의 기억은 얼마나 선택적인가에 대한 질문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타인이 아닌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이 영화가 선보이는 재난 상황은 정체성에 대한 진중한 탐구로 깊은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한줄평 :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기억에 관한 흥미로운 우화

평점 : ★★

 

 

▲ '애플' 포스터  © (주)다자인소프트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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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5.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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