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이 '아이'에게 무게를 주는 방법

윤가은의 <우리들>과 <우리집>

조유나 | 기사승인 2021/05/28

윤가은 감독이 '아이'에게 무게를 주는 방법

윤가은의 <우리들>과 <우리집>

조유나 | 입력 : 2021/05/28 [10:00]

[씨네리와인드|조유나 리뷰어] 단편영화 「콩나물」(2013)부터 시작된 윤가은의 아이를 향한 관찰과 표현해내고자 하는 집념은 「우리들」(2015)과 「우리집」(2019)을 거치며 견고히 쌓였다. ‘우리라는 단어가 동일하게 쓰인 두 영화는 제목만큼 영화의 내용과 구조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두 영화 모두 초등학생 아이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며 행복한 하루보다 고난과 고민이 덮쳐 온 하루를 견디고 있다. <우리들>은 같은 반 친구 간의 균열을, <우리집>은 가족과 집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차이가 있지만 아이의 천진함 이면의 괴로움을 담아냈다는 본질은 같다아무것도 모르는 막연히 어린 나이가 아닌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초등학교 4학년과 5학년 아이가 나오는 영화는 그들의 혼란한 내면과 외면을 헤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 영화 '우리들', '우리집' 포스터.  © (주)엣나잇필름, 롯데엔터테인먼트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선’, ‘지아’, ‘보라’ 세 아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반에서 겉도는 아이인 ‘선’은 ‘보라’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지만 잘못된 집 주소를 알려주어 곤욕을 치룬다. 그러던 도중 전학 온 ‘지아’와 만나게 되고 둘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지아’는 ‘보라’와 같은 학원을 다녔고 ‘선’과 ‘지아’가 친하다는 걸 ‘보라’가 알게 된 이후 ‘선’과 ‘지아’의 관계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단순히 ‘보라’ 때문이 아닌 서로를 향한 불신과 불안함에 기인한 일이었다. <우리집>은 아이와 아이보다 아이와 어른 간의 갈등을 다룬다. 정확히 말하면 어른은 눈치채지 못한 아이의 고민을 다룬다. 가족 불화로 인한 이혼의 위기에 처해 있는 부모와 그에 질리게 노출되어 상처받은 오빠와 함께 사는 초등학교 5학년 ‘하나’는 방학을 맞이해 집에 가던 도중 ‘유미’, ‘유진’ 자매를 만나고 가까워진다. 자매는 잦은 이사와 부모의 방임으로 친구 하나 없는 방랑자 같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이사를 가고 싶지 않은 자매와 가족 불화의 회복을 위해 가족여행을 가고 싶은 ‘하나’의 각자의 그리고 서로의 집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두 영화는 ‘아이’의 진지한 감정과 어리숙한 해결 과정을 담았다. ‘아이’의 포지션을 중심으로 세운 영화는 그만큼 ‘아이’를 진득하게 고찰하며 정성스레 담는다.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싱그러운 여름날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냥 밝은 듯하지만 되려 어둡고 내밀한 감정이 부각된다. 두 영화에 드러난 공통적인 구조와 내용을 통해 ‘아이’를 진중하게 다룬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수단으로서의 어른

 

▲ 영화 '우리들' 스틸컷.  © ㈜엣나잇필름

 

<우리들>과 <우리집>에서는 어른이 단독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의 시선에서 전개되는데 이는 어른이 아이를 볼 때 발생하는 문제, 즉 아이의 감정을 그저 떼 쓰는 어린 마음으로만 치부하는 문제를 방지하며 그들의 고민을 진정성 있게 다루는 역할을 한다. 두 영화에서 어른이 직접적으로 화면에 나타날 때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장면이거나 어른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으로 구도를 잡아 어떤 상황이든지 ‘아이’가 포함되어 있다. 즉 영화에서 ‘어른’은 ‘아이’의 문제를 강조하거나 심화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관객 또한 어른의 입장보다 아이의 입장에 더욱 이입하게 된다.

 

<우리들>은 동나이대 친구와의 갈등을 다룬 만큼 어른의 등장 빈도가 적은 편이다. 그중 ‘선’의 ‘엄마’의 등장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인데 이마저도 아이를 위한 것이다. ‘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거나 질문을 하며 그녀의 감정을 심화하기도 하며, ‘선’과 함께 있는 ‘엄마’의 모습을 ‘지아’가 봄으로 인해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선’의 ‘아빠’의 감정적인 문제도 ‘선’의 시선에서 보여진다. ‘아빠’가 ‘할아버지’의 문제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선’의 시선으로 잡아내거나 장례식 이후 가족이 함께 바다에 갔을 때도 ‘선’이 잠에서 깨어난 후, 바라보는 가족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우리집>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들>과 다르게 어른과 아이 사이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어른의 등장 빈도가 잦은 편이지만 역시 ‘아이’의 시선이 중심이 된다. ‘하나’의 부모가 안방에서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하나’가 문틈 사이로 그들을 관찰하며 알게 된다. 카메라도 부모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기 보단 문틈으로 포착해내어 숨어 보는 듯한 ‘하나’의 시선을 묘사한다. ‘유미’, ‘유진’ 자매의 부모는 심지어 얼굴 한번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유미’와의 전화통화를 통해서만 정보가 전달되고 이마저도 목소리 하나 없이 유미의 단독 연기로 표현된다. 이렇듯 영화는 꾸준히 어른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확보함과 동시에 아이의 시선을 부각시킨다.

 

이상과 절망이 공존하는 장소, 바다

 

▲ 영화 '우리집'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두 영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공간인 ‘바다’는 아이들의 기대와 그 기대가 무너지는 좌절의 순간을 보여주는 매개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막연한 이상의 공간이자 동시에 절망을 안겨주는 공간인 바다는 모순된 장소인 만큼, 관련된 이야기를 하거나 가까이 갈 때 아이들의 불안한 심리가 표현된다.

 

<우리들>에서 ‘선’과 ‘지아’가 ‘선’의 집에서 함께 잠을 잘 때 서로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진다. 그러다 그들은 바다에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공통점을 찾고 나중에 함께 가자고 약속한다. 이때 이들에게 바다는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공간이자 과거에 채우지 못한 욕망을 채우는 공간이다. 서로를 진심으로 애정 하는 마음과 동시에 전처럼 친구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양가적인 감정이 담긴 마음을, 함께 바다에 가자고 표현한 그들의 약속은 어둡고 긴밀한 밤에 이루어지며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결국 이들은 이후 사이가 틀어지고 바다에 가자는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다. 심지어 ‘선’은 할아버지의 장례 뒤 바다에 가서 가족이 쓸쓸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슬픔을 맛본다. <우리집>에서 바다는 더욱 강조된다. 자매의 집이 팔릴 위기에 처한 상황에도 자매의 부모는 연락이 되지 않자 ‘하나’는 자매의 부모를 찾아가자고 주장한다. ‘유미’는 망설이지만 ‘하나’의 강한 주장에 결국 함께 자매의 부모가 일하는 바다 근처에 있는 호텔을 찾아가게 된다. 좋은 결말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이지만 가는 도중 길을 잃고 서로의 신경을 건드리며 점점 갈등이 고조된다. 하늘은 흐리고 카메라의 떨림이 심해지며 그들의 불안한 감정을 강조하기도 한다. 마지막 희망인 파도소리를 듣고 바다를 찾은 그들이 목도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바닷가였다. 그들은 좌절하며 서로를 향해 화를 내고 울다 함께 만든 집 모형을 발로 밟아 부순다. 그렇게 그들의 희망은 바다에서 전부 와해된다.

 

두 영화에서 ‘바다’는 아이들의 순수한 정과 희망을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무너지는 과정까지 담아낸다.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아이들이 최대한의 노력으로 행복을 위해 다가가지만 결국 무너지고 마는 순간은 이상을 향한 좌절로 인해 더 큰 상실감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아이들의 이상이 절망으로 변모하는 순간을 장소의 중의적인 의미로 풀어내어 감정을 심화했다.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 영화 '우리들' 스틸컷.  © ㈜엣나잇필름

 

영화는 시작과 끝에서 특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우선 영화의 시작에선 처음부터 문제 상황과 그것을 감내하고 있는 아이가 누구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들>에서 ‘선’은 피구 시합 중 자신을 팀원으로 뽑아주길 기다리지만 누구도 ‘선’을 뽑지 않는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남겨졌을 때 겨우 팀에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선’은 처음엔 미소를 지으며 기대에 찬 표정을 하고 있지만 점차 웃음기를 잃어간다. 카메라는 ‘선’의 변하는 표정을 얼굴만을 바스트 숏으로 잡아 흘러가는 감정과 상황을 원테이크로 집요하게 응시한다. 그 뒤, 아이들의 힘찬 목소리로 피구 시합이 시작될 때, 활기찬 목소리의 사운드는 유지된 채 검은 배경에 제목인 ‘우리들’만이 흰 글씨로 나타나 시작을 알린다. <우리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식탁 앞에서 싸우는 부모와 거기에 끼어들어 용돈을 달라는 오빠의 모습을 지켜보는 ‘하나’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시작된 영화는 눈치를 보며 밥을 차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원테이크로 담아내 곤란함과 애쓰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후 부모의 싸우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분위기가 고조될 때 검은 배경에 흰 글씨로 ‘우리집’이 나타나 ‘하나’의 ‘집’이 어떤 곳인지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이렇게 두 영화의 시작은 프롤로그처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문제를 집약해 보여주어 변두리에 있는 듯한 두 아이, ‘선’과 ‘하나’를 강조한다.

 

결말은 수미상관의 구조를 갖는다. 운동장에서 피구 시합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던 <우리들>의 마지막 또한 피구 시합이다. 사이가 틀어진 ‘선’과 ‘지아’가 일찍이 아웃되어 서로를 향해 어색한 눈빛을 보낸 뒤 앞을 응시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식탁 앞에서 시작한 <우리집> 또한 식탁에서 끝이 난다. 눈치를 보며 밥을 차리던 ‘하나’가 자신을 찾으며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웃으며 “여행을 준비하자”고 이야기한다. 이 구조는 각 영화의 첫 장면을 상기하며 그동안의 갈등과 사건을 통해 도달한 마지막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공간적인 면에서는 처음과 동일하지만 은근한 변화가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완벽한 변화나 해결을 보여주진 않는다. <우리들>에서 ‘선’과 ‘지아’는 관계 회복을 할 수 있을지, <우리집>에서 ‘하나’는 결국 가족과의 여행을 통해 사이가 돈독해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두 영화의 결말은 긴 프롤로그가 끝이 난 것처럼 이후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를 관객의 상상으로 맡겨 열린 결말을 그려낸다. 아직 채 자라지 않은 아이들의 고민과 최선의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끝까지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진정성을 확보한다.

 

▲ 영화 '우리집'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같은 감독의 슬하에서 나온 두 영화는 각각의 방식도 존재하지만 공통적인 구조와 방식으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를 통해 ‘우리’라는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아이’라는 주체를 내세워 진중하게 표현했다. 그 과정은 제삼자가 보기엔 답답하고 서투를 수 있지만 구성이나 감정을 묘사하는 특징적인 방식을 통해 몰입도를 높여 관객으로 하여금 그 과정에 동화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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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나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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