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봤던 새' 이다영 감독 - 영화를 통해 말하는 기억

인터뷰ㅣ'작년에 봤던 새' 이다영 감독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6/14

'작년에 봤던 새' 이다영 감독 - 영화를 통해 말하는 기억

인터뷰ㅣ'작년에 봤던 새' 이다영 감독

김준모 | 입력 : 2021/06/14 [10:00]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18회 서울환경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된 작년에 봤던 새는 전주국제영화제, 디아스포라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며 졸업 작품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단편영화다.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출신의 이다영 감독은 제주에서 지냈던 시기를 바탕으로 기억해야 하는 것에 대한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어 냈다.

 

작년에 봤던 새는 카페를 운영하던 선재와 양수가 카페 주변이 제주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되며 원치 않는 변화를 겪는 이야기를 다뤘다. 정치적인 논쟁보다는 개인의 선택과 기억에 관련된 문제에 집중하며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기억해야 될 것들을 제주의 시간에 담아낸 이다영 감독을 씨네리와인드에서 만났다.

 

 

▲ '작년에 봤던 새' 이다영 감독  © 서울환경영화제

 

Q 졸업 작품으로 이번 서울환경영화제를 포함해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지금까지 운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만큼 졸업영화 이상의 성과라고 생각해요. ‘이 행운이 언제 끝나지?’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영화제에) 올 때마다 떨리고 기뻐요. 졸업영화가 잘 되면 (영화 일을) 계속 할 거라고 했거든요. 좋은 결과 덕분에 계속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어 (이 영화에) 고마워요.

 

Q 제주도에서 지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제주도에서 1년 남짓 생활했어요. 당시 숙박업소 사장님들이 이주민 부부셨는데, 그분들과 가족처럼 지냈어요. 제주에서 지내면서 이곳에 대한 애정이 생겨서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장님 부부의 경우 이주민의 입장에서 제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지니셨다면, 이 영화(‘작년에 봤던 새’) 제작에 참여한 친구는 제주도 사람이라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제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지니고 있어 의견을 구했어요. 두 시각에서 공통된 의견이 제주도의 환경적인 변화가 거주하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너무 빠르다는 점이었죠. 그 변화가 어디서 오는지, 그 속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영화를 구상하게 되었어요.

 

Q 제주도의 느낌이 두 주인공의 심정처럼 우중충한 게 인상적이다.

찍을 때는 망했다고 생각했어요.(웃음) 날씨 때문에 시나리오가 처음 구상과 달라졌어요. 오프닝과 엔딩이 특히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오프닝 시나리오를 촘촘하게 작성해서 육지에서의 대화가 추후 전개에 영향을 끼치게 설정했거든요. 그런데 육지에서 찍을 때 비가 300mm가 내려서 앞이 안 보일 정도였어요. 원하는 장면들을 찍지 못해서 고민이었는데, 촬영감독님과 함께 기지를 발휘해서 배우들이 뛰 놀 수 있게 시나리오를 조정하고 장면을 잘 붙여보자 계획을 세웠죠. 처음에는 몰랐는데 편집을 하고 나니 이 영화가 제주도를 다룬 영화들 가운데 희소성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도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다룬 기존 영화들과 달리 이 작품은 흐린 날씨의 제주도를 담는다. 이 배경이 두 주인공, 양수와 선재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느낌으로 다가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참고로 육지에서의 장면은 영화에서 편집되어 등장하지 않는다.

 

 

▲ 경기스쿨필름페스티벌 인터뷰 영상 캡처본  © 경기스쿨필름페스티벌 유튜브 영상

 

Q 양수와 선재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양수는 제가 제주도에서 머물 때 숙박업소 사장님 언니의 모습에서 가져왔어요. 서울에서는 어느 정도 나이차이가 나면 허물없이 지내기 어렵다고 여기는데 제주도에서는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더라고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말이죠. 제주도에 사는 모든 분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제가 맺은 관계는 그랬어요. 나이 차이는 나지만 친구처럼 보이는 유대감을 양수와 선재 사이의 관계에서 (저와 숙박업소 언니의 관계가 그랬듯) 보여주고 싶었어요.

 

선재 캐릭터를 청각장애로 설정한 이유는 당시 인권영화제에 봉사활동 할 일이 있었어요. 청각장애 분들과 처음으로 이야기 나눠 봤는데 그 분들의 경우 입모양을 통해 소통을 해서 눈을 보고 이야기해야만 해요. 그 소통 안에서 통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의사소통을 담고 싶었던 거 같아요. 청각장애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선재를) 한 명의 인물로 바라봐줬으면 해요.

 

Q 카메라의 시선이 절제된 느낌이 강하다.

배우 분들이 즉흥연기로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으면 하지만, 촬영을 하다 보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모든 컷마다 자유를 부여하면 촬영하기가 어려운 게 있는데, 선재 역의 미진 배우 같은 경우에는 전문 배우가 아니다보니 이런 점을 지양하게 되었어요. 여기에 배우 분들이 실제 제주에 거주하는 분들처럼 보이게 연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촬영적인 측면에서는 커버리지샷 보다는 멀리서 찍어 배우 분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Q 초등학교 장면에 크게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이 장면이 매 컷이 다 연기가 다르고 내용이 달라요. ‘언니 안 갔으면 좋겠다는 선재의 대사 빼고는 동선이랑 대사 모두 배우 분들이 만들어낸 장면이거든요.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특별했던 건 선재가 책갈피 같은 걸 꺼내서 양수한테 보여주는 장면이 있어요. 실제 미진 배우가 강진아 배우한테 깜작 선물을 주기 위해 샷이 들어갔을 때 꺼낸 거예요. 비전문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행동이었는데 캐릭터인 선재와 양수가 아닌, 미진과 진아란 두 사람의 케미와 감정이 어우러진 장면이라 생각해요.

 

Q 영화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배경으로 하지만 두 주인공의 적극적 투쟁은 나타나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에서라고 봐요. 첫 번째로 영화의 배경은 (시위의 참석 등 저항의) 이런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난 이후에요. 투쟁 이후에 개인이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영화의 시작점이죠. 두 번째는 선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것이라면 그것이 투쟁이 아닐까 생각해요.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말이죠. 시위에 나가지 않았으니 투쟁이 아니라 단정 짓는 건 아니라고 봐요.

 

그럼에도 시위에 지지하는 모습을 계속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편집되기는 했지만 선재 엄마가 도청에서 시위를 할 때 이것저것 챙겨다 주는 장면이 있어요. 카페에 제2공항에 반대하는 슬로건이 붙어있는 부분 등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자 했어요. 시위를 통한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항상 마음으로는 (2공항 건설 반대에) 가까이 있는 걸 표현하고자 노력했어요.

 

▲ '작년에 왔던 새' 스틸컷     ©서울환경영화제

 

 

Q 이번 작품에 이어 한비에서 다시 한 번 강진아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강진아 배우와는 작년에 봤던 새를 촬영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강진아라는 사람 자체가 우아하고 근사한 멋이 있어요. ‘한비의 뜻이 사람 이름이기도 한데 우아하다는 느낌이 있어서 딱 강진아다라고 생각했어요. 기획단계에서부터 진아 선배와 이야기를 나눴고, 트레일러를 찍어야 하는데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어요. 저한테 있어서 선배이자 좋은 언니라고 생각해요.

 

Q ‘작년에 봤던 새에 이어 한비역시 기억에 관해 다루고 있다.

작년에 봤던 새를 보고 아는 선배가 너는 상실에 대한 키워드로 영화 찍는 거 같다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전 습작들도 봤을 때, 상실에 꽂혀있다 보니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든 작품이 작년에 봤던 새에요. ‘한비때는 기억의 의미가 달라져요. 전부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기억이 다르면 어쩌지. 그런 불안에 대해 한비에서 보여주고자 했어요. ‘작년에 봤던 새가 기억해야 한다는 강조의 의미라면, 한비는 기억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의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에요.

 

Q ‘한비까지 연출한 영화의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다.

영화를 구상할 때 제 것을 많이 가져다 쓰는 편이에요. ‘작년에 봤던 새는 관계에 있어 제 것(이다영 감독과 제주 숙박시설 사장 사이의 관계), 인물에 있어서는 제가 되고 싶은 것(숙박시설 사장)이 담겨 있어요. 연대하고 싶고 서로를 위해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어요. ‘정원씨의 정원이나 한비의 해수는 저를 많이 투영한 캐릭터에요. 자기 객관화가 힘들다고 절 투영한 인물을 찍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웃음)

 

Q 롤모델로 삼고 싶은 감독이나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있는지.

롤모델은 없어요.(웃음) 데이빗 로워리(‘고스트 스토리’) 감독을 좋아하고, 학생 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좋아했어요. ‘윤희에게임대형 감독님도 좋아해요.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는 잘돼가? 무엇이든의 최희진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근사하신 분이라 생각해요.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작은 빛의 변중희 선생님도 꼭 함께 하고 싶어요.

 

INTERVIEW 김준모

PHOTOGRAPH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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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6.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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