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일상적이고 신선한 소재를 통해 담아낸 가족의 단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빨래' / Laundry

김혜란 | 기사승인 2021/07/16

BIFAN|일상적이고 신선한 소재를 통해 담아낸 가족의 단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빨래' / Laundry

김혜란 | 입력 : 2021/07/16 [10:50]

[씨네리와인드|김혜란 리뷰어] 어릴 땐 종종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 낡은 기억은 왠지 모르게 어른까지 그 기억이 희미하게 남는다. 특히 가족에게서 외면당한 기억이라면 더더욱. 가족의 소통 단절은 어느덧 말하기도 입 아픈 문제가 되었다. 「빨래」는 일상적인 소재인 빨래를 통해 가족의 소통 단절 문제를 재치 있게 꼬집는다.

 

▲ '빨래' 스틸컷  ©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혜수는 학교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오라는 숙제를 받는다. 가족 다 같이 흰 셔츠를 입고 찍으려 했지만, 빨래를 돌린 혜수의 셔츠는 줄어들어 있다. 누가 세탁을 돌린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혜수는 엄마에게 전화도 걸어보고, 아빠에게 직접 물어보고, PC방에 찾아가 오빠에게 물어보지만 끝내 알아내지 못한다. 옷을 늘릴 수 있냐는 혜수의 말에 세탁소 아줌마는 옷을 줄이기는 쉬워도 늘리기는 어렵다고 대답한다.

 

고민하던 혜수는 가족들의 셔츠를 몽땅 작게 수선한다. 사진을 찍는 시간이 다가오고, 줄어든 셔츠에 가족들은 불편해하지만, 원인을 알지 못한다. 사진 기사는 사진관에 있는 옷을 대여하기를 권하고 가족들은 옷을 갈아입지만, 혜수는 심통이 난다. 사진을 찍다 말고 집으로 달려간 혜수는 자신이 입고 싶었던 분홍색 티셔츠를 들고 다시 사진관으로 오지만 사진관은 이미 닫혀 있다. 혜수는 셔츠를 세탁기에 돌리고, 앞에 앉아 가슴을 연신 두드리다 이내 작게 트림한다.

 

▲ '빨래' 스틸컷  ©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줄어든 셔츠에 혜수 혼자 몰두하는 모습은 의아함을 자아내기 쉽다. 이는 극 중 혜수만이 가족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혜수는 가족사진을 찍으려 하고, 흰 셔츠를 굳이 맞춰 입으려 하고, 나아가 모든 셔츠를 작게 수선하는 등 가족의 결속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물론 가족의 셔츠를 수선하는 건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은 가족을 향한 귀여운 복수로 보이지만, 더 깊은 메시지는 가족의 소통 내지 결속을 다루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반면 혜수에 비해 다른 가족은 보통의, 그러니까 그런 것을 굳이 맞출 필요 없다고 말하는 인물들이다. 혜수의 끈질긴 물음에 귀찮음을 표하는 그들의 모습이 더 보편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가족 해체를 겪고 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놀랍지 않은 결과다.

 

혜수의 시선 끝에 뱉어진 작은 트림이 하루종일 혜수가 겪었을 답답함을 대변한다. 빨래를 누가 돌렸냐는 아주 단순한 질문에도 답을 듣지 못하고, 가족들에게서 소외감을 느꼈던 혜수가 비로소 본인 스스로 빨래를 함으로써 답답함에서 벗어난다. 영화에선 '빨래를 잘못한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누가 빨래 돌렸는지를 알 수 있었을 소통의 (이루어지지 않았던)과정'이 더 중요하다. 복수의 성공도, 소통의 결실도 맺지 못한 혜수는 스스로 셔츠를 돌림으로써 이 무효한 답답함에서 벗어난다. 이는 혜수의 성장, 즉 더는 가족에게 답을 구하지 않는, 다소 씁쓸한 독립의 시작을 의미한다실감 나는 연출과 신선한 소재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특히 혜수 역의 문승아 배우의 몰입도가 뛰어난 섬세한 연기가 돋보인다.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문승아 배우의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Director 김혜진

Cast 문승아

 

◆ 상영기록 ◆ 

온라인 상영작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혜란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1.07.16 [10:50]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