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배트맨이 전하는 휴머니즘의 가치

[프리뷰] '워스' / 7월 2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7/19

원조 배트맨이 전하는 휴머니즘의 가치

[프리뷰] '워스' / 7월 2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1/07/19 [10:00]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2001911,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미국 9 11 테러는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이다. 세계 최강국이 다른 국가에 의해 공격을 당한 건 물론, 4천 명에 가까운 인명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외적으로는 알 카에다를 주요 용의자로 간주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보복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 '워스' 스틸컷     ©씨나몬(주)홈초이스

 

9 11테러 이후 삶의 '가치'를 판단해야 했던 잔인함

 

<워스>의 원제는 ‘What Is Life Worth’이다.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이 영화의 질문은 지금 나의 가치는 얼마로 산정할 수 있는가 라는 다소 무서운 질문과 연결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협상 전문 변호사 켄이 9 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 운영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가 된다. 당시 미국은 이 테러와 관련해 큰 문제를 겪고 있었다. <화씨 9/11> 등 이 당시 미국 행정부를 비판하는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미국의 테러 방지법을 비판한다.

 

이 법은 9 11 테러 직후 미국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비공개로 입법된 애국법으로 개인정보 수집과 체포와 구금을 쉽게 만든 법이다. 최근 개봉했던 <모리타니안>을 비롯해 이 당시 만들어진 관타나모 수용소를 다룬 영화들은 재판과정 없이 용의자를 특정하고 수감과 고문을 자행하는 미국 행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이 법이 실행될 수 있었던 당시 테러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와 공포, 그리고 강한 미국을 지향하는 자긍심에 있었다.

 

헌데 외적으로 이런 자긍심을 내세운 정부가 보상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주장한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미 정부와 국회는 공항이 당할 소송으로 인한 파산을 염려해 이와 관련된 소송법을 하루 만에 바꾼 이후였다. 이에 분노할 유가족들을 달래며 소송을 이끄는 게 켄이 맡은 일이다. 켄은 공정한 보상금 지급을 위해 노력하나 합의를 이룬 비율은 턱 없이 부족하고 마감일은 점점 다가온다.

 

켄이 유가족들과 첫 만남을 가지기 전, 그의 동료인 카밀은 정치인이 아닌 인간이 되어 유가족들과 마주하라고 말한다. 켄은 공정하고 정당하게 보상금을 책정했다고 생각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는 숫자로 사람을 치부했다는 사실이 치욕적으로 다가온다. 켄을 비롯한 협상팀은 유족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들이 어떤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이들 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찰스다. 아내를 잃은 찰스는 유족들을 대표해 소송을 준비한다. 켄의 입장에서는 빌런처럼, 극을 켄을 중심으로 보자면 반동인물에 해당하는 게 찰스다. 실제로 찰스는 켄이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이에 응하지 않는다.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켄에게 들려준 다리 이야기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찰스는 자신의 아내가 들려준 다리 이야기에 대해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오래된 다리가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찰스는 이를 막기 위해 민원을 넣는 등 노력한다. 허나 다리의 철거가 결정되고, 실의에 빠진 그를 위로하며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무너진 건 다리라고. 여기서 다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한다. 유가족들은 모두 누군가를 잃어버린 상황에 있다. 다리가 무너진 것이다. 허나 무너진 건 다리라는 관계이지 그들 자신, 그리고 피해자들이 아니다.

 

▲ '워스' 스틸컷     ©씨나몬(주)홈초이스

 

'협상'이 아닌 '대화'를 말하다

 

켄이 놓치고 있었던 던 그들 한 명 한 명의 가치다. 남편을 잃은 여성이 찾아왔을 때 켄은 속기사가 없다는 이유로 그 사연을 적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유가족들은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알려주고 싶어 하지만, 켄은 그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데에만 주목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인처럼 모두에게 동의를 얻을 합당한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했을 뿐, 인간 대 인간으로 그들과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피해자들에게는 그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누구는 동성커플이었고, 누구는 몰래 다른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켄은 사건이 발생한 주의 법에 따라서만 사건을 해결하려 했을 뿐, 동성커플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좋을지, 남편에게 또 다른 아이들이 있는 아내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야 좋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찰스를 통해 협상이 아닌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 기적 같은 실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작품은 당신의 인생은 얼마의 가치를 지니고 있나요?’라는 무섭고 슬픈 질문에서 시작해 당신은 누군가가 아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차분한 교훈으로 마무리를 한다. 협상의 치열한 과정이나 사회적인 문제에 주목하기 보다는 인간에 대한 질문과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묵직하게 보여주며 앞으로 나아간다. 저변을 넓혀 다양한 문제의식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더 깊게 파고 들며 감정선을 촘촘하게 만든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를 통해 가슴 따뜻한 감동을 전달한 사라 코랑겔로 감독은 이성이 아닌 감성의 문제에 집중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여기에 <스포트라이트>, <파운더> 등을 통해 실화 원작 영화에서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원조 배트맨마이클 키튼이 켄 역을 연기하며 휴머니즘의 가치를 통한 변화를 실감나게 표현한다.

 

한줄평 : 협상이 아닌 대화를 통해 완성한 '가치'

평점 ★★★

 

▲ '워스' 스틸컷     ©씨나몬(주)홈초이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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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7.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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