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서 피어난 불타오르는 날갯짓

[프리뷰] '피닉스' / 7월 22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7/20

폐허에서 피어난 불타오르는 날갯짓

[프리뷰] '피닉스' / 7월 22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1/07/20 [11:35]

 

▲ '피닉스' 스틸컷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은 셀린 시아마 감독과 함께 국내 시네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유럽감독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흥행 이후 전작인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가 연달아 개봉에 성공한 거처럼,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 역시 신작 <운디네>가 빠른 국내 개봉을 이뤄낸 건 물론 그의 2014년작 「피닉스」가 오는 722일 개봉을 확정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정체성에 대한 담론을 펼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인 유대인 넬리는 친구 르네의 도움으로 고향에 돌아오게 된다. 얼굴에 총상을 입은 그녀는 수용소에서는 사망자 처리가 되나 숨이 붙어있어 구조를 받게 된다. 다만 얼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져 재건 수술을 받게 된다. 넬리는 본래의 얼굴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나 성형외과 의사는 완전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강조한다. 작품은 그 의미를 이스라엘과 연결한다.

 

르네는 넬리를 밀고한 사람이 그녀의 남편 조니라고 말한다. 이 사실은 독일에서 예전과 같은 삶을 꿈꾸지만 그럴 수 없는 운명이 넬리 앞에 있음을 보여준다. 성형수술을 통해 새 얼굴을 얻은 넬리에게는 새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유대인을 탄압할 수 있었던 건 당시 유럽 내에 퍼진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이유였다. 이에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

 

새 얼굴은 넬리에게 새 삶을 살아갈 기회가 있음을 의미한다. 허나 넬리는 르네의 말을 믿지 못하고 남편에 대한 미련을 지닌다. 우연히 펍에서 다시 만난 조니는 이름을 바꾼 채 살아가고 있다. 넬리를 본 조니는 그녀에게 기묘한 제안을 한다. 아내 넬리가 수용소에서 죽은 게 확실한데 시체가 없어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아내 행세를 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넬리의 재산을 받은 후 아내를 닮은 여자와 나눈 뒤 새 삶을 살아갈 준비를 한다.

 

넬리는 남편을 통해 자신을 배우게 된다. 자신의 필체로 글을 쓰고, 자신의 걸음걸이를 배우며, 남편의 입에서 자신에 대해 듣는다. 넬리는 이 과정을 이전에 자신 그리고 우리로 돌아가기 위한 재건과정이라 생각한다. 전후 독일이 혐오의 시대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 거처럼 넬리 역시 조니와 깊은 사랑에 빠졌던 때로 돌아가길 원한다. 두 사람이 자전거를 함께 타는 장면을 자주 보여주는 건 이런 동행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 '피닉스' 스틸컷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이 동행이 희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건 전후 독일, 그리고 이스라엘이 지닌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전후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나눠져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베를린 장벽 붕괴를 통해 통일을 이뤄냈으나, 분단된 사이 벌어진 경제차이와 이로 인한 갈등이 남아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며 국가를 세웠고, 전쟁과 테러로 여전히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 이는 넬리에게 있어 새 삶의 선택이 어려웠듯 이전의 부부관계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음을 역사를 통해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난민에 대해 다룬 <트랜짓>, 독일 분단 아픔의 역사를 삼각관계로 풀어낸 <운디네> 등 역사적인 문제를 도시를 배경으로 풀어내는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의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도 날카로운 시선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이 작품만의 고유한 매력이라면 피닉스라는 제목의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피닉스는 스스로를 불태우고 다시 살아난다는 죽지 않는 전설 속 새이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넬리가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을 되찾은 건 이런 피닉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피닉스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불태운다. 넬리의 경우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성형수술을 하게 된다. 이는 넬리가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그녀를 재 속에서 태어나게 만든 건 조니와의 만남을 통해서다. 넬리는 조니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며 또 다른 자신을 찾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넬리의 변화는 소설 <데미안> 아프락사스를 연상시킨다. 아프락사스는 알을 깨고 나온 새가 향해 날아가는 신의 이름이다. 여기서 알은 세계를 의미한다. 알을 깬다는 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건 말한다. 이 세계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다. 조니만을 알고 그 세계가 자신의 전부라 여겼던 넬리가 그 알을 깨는 과정은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이겨내고 사유의 정신을 지니게 된 유럽의 모습을 투영하며 영화를 사유하게 만드는 힘을 전한다.

 

한줄평 : 폐허에서 피어난 불타오르는 날갯짓

평점 ★★★

 

▲ '피닉스' 포스터  © 엠엔엠인터내셔널(주)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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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7.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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