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에게'가 여성과 동성애를 비추는 방식

김도연 | 기사승인 2021/07/28

'윤희에게'가 여성과 동성애를 비추는 방식

김도연 | 입력 : 2021/07/28 [13:10]

▲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

 

[씨네리와인드|김도연 리뷰어] 영화는 윤희의 어린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윤희에게 보낸 편지를 윤희의  새봄 읽으면서 시작된다. '윤희에게' 윤희를 호명하며 시작하는 영화이지만, 윤희는 윤희 아닌 딸을  40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다회사의 구내 식당에서 배식하는 일을 하고 있는 윤희는 직장에서는 아줌마’, 집에서는 엄마그는 시종일관 우울하고 힘이 빠진 지친 모습이다이혼한 남편이  앞에 찾아와도 동요하지 않던 윤희는 쥰의 편지를 보고 복잡한 표정을 보인다윤희와 쥰의 관계를 어느 정도 예감한 듯한  새봄은 엄마에게 쥰이 살고 있는 오타루로 함께 여행을 가자고 권한다새봄이의 계획 덕에 쥰과 윤희는 20년만에 오타루의 운하 시계탑 앞에서 조우한다영화가 쥰과 윤희의 재회 이후인 1시간 28분에 다다랐을 때, 편지를 통해 담담히 지난 일을 돌아보는 윤희의 목소리가 나오기 이전까지, 쥰과 윤희의 관계가 연인이었음은 밝혀지지 않는다둘이 사랑하던 사이었음을 직관적으로 밝힌 장면은  이전까지 하나도 없었으나, 쥰을 떠올릴  한없이 슬퍼하는 윤희의 표정쥰이 윤희의 꿈을 꾼다고 고백하는 장면재회했을  둘이 주고받은 눈빛들은 여느 헤어진 연인들을 떠오르게 한다. 동성 간의 사랑 또한 이성 간의 사랑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며 사랑의  형태이자 바삐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 하는 사랑임을 영화의 연출 방식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윤희는 고등학교 시절 쥰을 사랑한다고 부모님에게 고백했을  병에 걸린 취급을 받으며 정신병원에 다녀야 했다쥰에게 헤어짐을 고할  밖에 없었다

 

(윤희를 카메라로 찍고 있는 새봄이)

               윤희 :  “ 카메라엄마가 대학  간대신 받은거야할아버지 할머니가  삼촌만 대학 보내

        나는 안보냈거든할머니가 엄마 불쌍하다고 할아버지 몰래 사준거야.”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윤희는 어린 나이에 친오빠가 소개해주는 남자(새봄의 아빠 인호) 반강제적으로 혼인을 한다윤희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억압과 성소수자가 받는 차별 모두에서 이중적으로 시달리며 모든 자아를 상실한 인물이었다자식인 새봄 하나를 바라보며 살아간다고 말하는 희생적 어머니이기도 했다쥰과의 재회가 다시 사랑할 기회를 주진 않았지만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을 기회는 되어줬다. 윤희는 20 동안 피해다닌 자신의 존재성과 마주한다. 윤희는 결혼 이후평생을 스스로를 자학하듯이 모든 말과 감정을 삼켰다. 재회 이후 윤희는 모두에게 외면받았던 19살을 기점으로 스스로를 거부하고 벌하고 있었다 고백한다. 앞으로 윤희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며 살아갈 것임을 관객은 예상할  있다상징적으로 영화 말미에 처음으로 친오빠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윤희 친오빠 용호의 사진관

                    (윤희의 증명사진을 봉투에 넣고 있는 용호)

                    용호 : “여행 갔다 온거야어디로 갔다  건데?”

                    윤희 : “내가  그걸 오빠한테  이야기 해야 ?”

                    용호 : “증명사진은  하려고?”

                    윤희 : “이력서 붙이려고 새로 구해볼거야

                    용호 : “공장 일이 힘들어오빠가 다른  소개해줘?”

                    윤희 : “내가 알아서 할거야

                    용호 : “니가  알아서  건데네가 무슨 기술이 있다고

                    윤희 : “ 새봄이랑 여기 떠나. (중략 살아 오빠

 

윤희의 마지막 직장은 공장이 아니라 식당이었고 윤희는 본인과 딸의 삶을 영위할 능력이 있는 주체적인 사람이다용호는 가부장제라는 허울 아래 갇혀있는 사람이다영화는 윤희와 쥰의 가까이에서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으면서도  사회와 이데올로기라는 거시적인 담론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흔들어 놓는지 보여준다보수적인 젠더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로 점철된 사회 아래서 윤희를 조망하고 있는 것이다.

 

「윤희에게」 속 여성들

 

윤희새봄마사코는 극의 흐름을 이끄는 중심 인물로서 다양한 여성성을 보여준다모든 인물은 실제 여성들이 그러한 것처럼  마디 정의 내릴  없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윤희를 윤희로 인정해주고 호명해주는 첫번째 사람  편지는 쥰의 고모 마사코 의해 한국으로 전해진다윤희와 헤어지고 20살에 일본에  쥰은 20 동안 윤희를 그리워하며 그녀에게 편지를 써왔다. 다만,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윤희에게 피해가 될까봐 차마 편지를 부치지는 못한다그녀 역시 윤희처럼 정상성에 대치되는 모든 것들을 배척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성적지향을 감추고 살아가는 여성이다. 하지만 쥰은 자신을 감출지언정 자신 부정하지는 않는다쥰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은 쥰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여성 료코와의 술자리에서 그녀가 건넨 말일 것이다.

 

료코 이런  실례가  수도 있고 혹시 내가 오해한  수도 있겠지만 용기 내서 말할게요 여태까지 저희 엄마가 한국인 인걸 숨기고 살았어요저한테 이로울  하나 없으니까… 말하자면  자신을 숨기고 았던 거예요혹시 여태까지 숨기고 살아온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숨기고 살아요제가 무슨  하는지 아요?”

 

이분법적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쥰이 자신과 비슷한  지향성을 가진 듯한 여성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는 말은 영화 서사에 필요한 요소이기도했지만 꿋꿋한 쥰의 심지를 보여주기도 한다쥰의 고모 마사코는 쥰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여성이며 전해지지 못한 쥰의 편지를 윤희 집으로 보내는 조력자이다영화는 강인하지만 나약하고성숙하지만 철없으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이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리고 따뜻하면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관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쥰과 윤희가 재회를 하고 윤희가 2 인생을 살아가는 막을 열어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인 새봄이는 어릴 적에 부모님의 이혼을 겪어서 인지 눈치가 빠르다대학 입학을 앞에 두고 엄마에게 새로운 인생을 찾아주고 싶어 하며 자신의 삶과 사랑 또한 개척해나가는 주체적인 아이. 새봄은 윤희가 어머니라는 이름에서 벗어나기를 영화 내내 권유한다. 

 

<윤희에게> 속 퀴어

 

윤희는 새봄이의 응시로 관객에 비춰지고, 쥰은 고모 마사코의 응시를 받는다윤희는 영화 중반까지 주로 뒷모습이 화면에 포착되며  또한 마찬가지다영화는 가장 가까운 여성(새봄마사코) 바라본 쥰과 윤희를 가감없이 관객에게 드러내고 있으며 쥰과 윤희를 자연스럽고 현실에 있을 법한 여성으로 묘사한퀴어 여성이지만, 완전한 주체로서 표현된다동성애자를 퀴어한’ 인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시도는 영화 전반의 카메라 앵글에서 느껴진다윤희나 쥰이 혼자 있는 장면은 주로 미디엄 숏이나  숏으로 촬영되었으며 윤희새봄 그리고 마사코는 다른 이들과 함께 있을 때만 다른 여성 인물의 시선에 의해서 미디엄 클로즈업 된다쥰과 윤희가 20년만에 마주하는 매우 극적인 장면도 풀숏으로 촬영되어 이들의 사랑이 이상하고정상성의 범주에 벗어난주목할 만한 사랑이 아닌 그저 흔히   있는 평범한 사랑  하나로 느껴지게 한다둘이 대화를 나누며 걷는 장면도 그저 행인의 시선에서 둘의 뒷모습을 비출 뿐이다.

 

▲ 영화 '윤희에게' 속 '윤희와 쥰의 재회'

 

모든 문화적 산물이 그러한 것처럼 영화 또한 직간접적으로 현실을 반영하고영화는 다시 수용자들의 가치관과 사고에 영향을 미쳐 이후의 사회 분위기에 관여한다영화 속에서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은 현실 사회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현실 속의 인간이 정형화된 사례가 아니라 범주 안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영화  여성 또한 인간 주체로서 입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영화 <윤희에게> 여성이나  소수자가 영화에서 재현되는 방식에 있어서 귀감이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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