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으로 재탄생한 가웨인의 여정

[프리뷰] '그린 나이트' / 8월 5일 개봉 예정

송상호 | 기사승인 2021/08/03

매혹적으로 재탄생한 가웨인의 여정

[프리뷰] '그린 나이트' / 8월 5일 개봉 예정

송상호 | 입력 : 2021/08/03 [10:15]

 

▲ '그린 나이트' 포스터.  © 팝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송상호 리뷰어] 중세 브리튼 시기를 다룬 ‘아서 왕 전설’은 다양한 각색과 변주를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소재로 자리 잡았다.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 속 요원들의 코드네임인 ‘갤러헤드’, ‘랜슬롯’ 등은 아서 왕과 함께했던 원탁의 기사들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그린 나이트’(2021) 역시 아서 왕 전설과 엮인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가웨인 경은 아서 왕의 조카로, 원탁의 기사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영화는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라는 14세기 서사시에 근간을 두고 있다.

 

연출을 맡은 데이빗 로워리는 ‘피터와 드래곤’(2016), ‘고스트 스토리’(2017)로 잇달아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미국의 영화감독이다. 로워리는 대학 시절 영문학 수업에서 원작을 접했는데, 한 젊은이가 거부하기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터무니없는 게임에 선뜻 응한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오랜 기간 이를 머릿속에 간직했다가 마침내 영화화하는 데 성공한다. ‘그린 나이트’에는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의 명예가 걸린 목 베기 게임과 그에 걸맞은 장대하고 매혹적인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다.

 

▲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컷  © 팝엔터테인먼트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된 고전

 

영화 ‘그린 나이트’는 시공간을 함부로 특징짓지 않는다. 검과 갑주를 두른 병사들, 왕과 왕비가 참석한 연회가 열리는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분명 영화는 중세의 어딘가를 머금은 듯 보이나, 사실 영화는 명확한 시공간적 표지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린 나이트’의 세계는 ‘블랙 팬서’(2018) 속 와칸다처럼,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가상 세계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서 왕 전설과 얽힌 이야기를 각색한 '그린 나이트'는 고전이 현대에도 적용되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하나의 훌륭한 텍스트로 기능한다.

 

영화는 원작처럼 다양한 은유와 상징 요소를 통해, 관객을 열린 사유의 장으로 인도한다. 가웨인이 녹색 기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상황들은 그 자체로 모호하고 불분명한 인상을 남긴다. 가웨인은 갑자기 습격을 받기도 하고, 초현실적인 경험에 직면하기도 하며,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미스터리 현상들과 여러 차례 만난다. 허리띠나 여우, 해골 등의 요소들은 가웨인의 내면과 연결되기도 하고, 또는 그가 몸담은 여행길의 의미를 확장하는 장치로 작용하기도 하며, 영화를 풍성하게 가꿔낸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로케이션 촬영, 색감이 돋보이는 유려한 미장센 덕분에 이 영화의 미학적인 면은 분명 관객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컷  © 팝엔터테인먼트

 

중세의 서사시가 현대에도 유효하기 위해선, 관객에게 어필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그린 나이트’는 가웨인의 여정을 독특하게 가공한 뒤 이를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결국 가웨인이 얻어낸 건 무엇인가. 그는 예정된 미래를 바꿀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웨인이 녹색 기사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가 겪은 모든 일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그린 나이트'는 영웅을 탄생시키려는 서사가 아니다. 이 지독한 게임은 녹색 기사의 요구가 이행될 때 끝난다. 물론 영화는 그 끝을 정확히 묘사하지 않으므로, 관객은 저마다 가웨인의 여정이 어떤 의미를 함축하는지 사유할 수 있다.

 

가웨인은 결국 실존에 관한 물음을 맞이한다. 그는 무엇을 위해 집을 떠났고, 무엇을 찾고자 했으며, 무엇을 원했기에 녹색 기사와의 만남을 고대하였는가. 녹색 기사는 한결같다. 너는 내가 제안한 게임에 응했고, 나는 내가 제안한 방식대로 게임의 룰을 지킬뿐이라고 말한다. 가웨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중요한 건, 선택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가웨인의 발걸음을 따라, 그가 처한 위기와 역경을 함께 극복하고 모험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려는 시도. 영화 ‘그린 나이트’는 이 시도에 동참하는 게 어떻겠냐고 관객에게 매혹적인 손짓으로 제안하고 있다.

 

▲ 영화 '그린 나이트' 스틸컷  © 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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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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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8.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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