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갇힌 사람들의 행복과 아픔 그리고 사랑

[프리뷰] '레미니센스' / 8월 2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8/23

기억에 갇힌 사람들의 행복과 아픔 그리고 사랑

[프리뷰] '레미니센스' / 8월 2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1/08/23 [19:26]

▲ '레미니센스'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조나단 놀란은 형,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광을 함께 한 조력자이다. 크리스토퍼의 첫 번째 히트작인 <메멘토>의 원안을 맡았으며, <프레스티지><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터스텔라>의 각본을 썼다. 특히 <인터스텔라>의 경우 작품의 각본을 쓰기 위해 대학에서 학위를 받을 만큼 노력파 천재의 면모를 보여줬다. <레미니센스>는 조나단 놀란이 제작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기억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찾아가는 SF 미스터리 로맨스다.

 

작품은 제목(Reminiscence)을 통해 미스터리의 조각을 만든다. 가까운 미래, 인류는 전쟁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간성을 잃어버렸다. 도시 절반이 바다에 담긴 이곳에서 사람들은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에만 매달린다. 참전의 아픔을 지닌 탐정 닉은 기계를 통해 고객들이 잃어버린 기억에 다가서게 도와준다. 기계를 통해 과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찾아가는 고객들의 기억은 3D를 통해 재현되고 닉은 그것을 보면서 고객들의 기억을 음성으로 이끌어 간다.

 

고객들은 해수면이 상승하기 이전의 아름다웠던 시절의 기억을 다시 보고자 한다. 이 아름다운 순간은 미스터리와 결합하면서 어두운 이면을 지닌다. 닉은 마치 최면 술사처럼 고객의 기억에서 원하는 순간을 이끌어낼 수 있다. 때문에 그의 능력과 기계는 범죄수사에 사용되기도 한다. 용의자를 붙잡아 기억 속에서 증거를 발견하는 것이다. 작품은 이 명과 암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어느 날 열쇠를 잃어버렸다며 찾아온 가수 메이의 기억을 보던 닉은 그 매혹적인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타인의 기억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은 단조롭던 그에게 새로운 활력이 다가온 것이다. 두 사람은 열혈하게 사랑하는 사이가 되며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써 나간다. 사건은 메이가 사라지면서 발생한다. 그녀가 증발하자 기계에서 과거의 기억을 보는 데에만 시간을 허비하던 닉은 자신이 돕던 수사에서 메이에 관한 단서가 나오면서 그 뒤를 추적한다.

 

▲ '레미니센스'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작품은 놀란 형제의 초기작 <메멘토>를 연상시키는 기억 추리극의 요소를 담고 있다.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 메이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고 이를 추적하는 전개를 선보인다. 동시에 아름다운 기억에는 로맨스라는 장르를, 불행한 기억에는 추리 미스터리란 장르를 결합시키는 이분법적인 구성을 통해 두 장르의 장점을 결합시키고자 한다. 이 지점에서 이질적인 요소를 줄이기 위해 기억이 지닌 의미를 강조한다.

 

절망적인 미래 속에서 사람들은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억은 그들에게 유일한 행복인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막는 장애물이란 의미를 지닌다. 영화가 설정한 바다에 반쯤 잠긴 도시는 과거의 행복에 잠겨 미래를 보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기억은 사건을 전개시키는 열쇠이자 단서를 던져주는 토대임과 동시에 주제를 내포한다. 두 장르가 기억으로 연결되면서 작품은 통일성을 지니게 된다.

 

SF 장르임에도 다소 낡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시도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갑자기 사라진 여성과 그 여성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헌신적인 남성의 이야기는 클래식한 이야기다. 고전 로맨스 <러브 어페어>와 일본의 동명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 <화차> 역시 이 클래식을 기반에 두고 있다. 스토리가 클래식하다면 SF라는 장르적 특색을 통해 색다른 감성을 주어야 하는데 그 점이 효과적으로 발현되지 않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복선이 주는 쾌감이 약하다는 점에 있다. 앞서 던진 복선을 바탕으로 후반부 퍼즐조각이 들어맞을 때 감정적인 격화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복선이 연하다 보니 추진력이 부족하다. 대신 닉과 메이의 로맨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로맨스에 힘을 주는데 캐릭터의 전형성과 익숙한 감정의 발화로 효율적인 자극을 가져오지 못한다. 여기에 부유층은 높은 지대에 산다는 설정을 통해 계층의 문제를 강조하고자 하지만 잘 융화되지 않으며 과하게 사회적인 의미를 주입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 조나단 놀란과 함께 HBO 드라마 <웨스트월드>를 만들며 호평을 받았던 리사 조이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를 쓴 영화 데뷔작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상상력의 지점에서는 흥미롭지만 이 상상력을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끌어가는 과정이 단조롭다. 무엇보다 이 영화만의 특별한 무기라는 게 보이지 않는다. 휴 잭맨과 레베카 퍼거슨이라는 매력적인 두 배우의 시너지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며 가장 공을 들인 로맨스에서도 만족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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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8.2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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