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으로 무장한 MCU 새 히어로의 등장

[프리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 9월 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8/27

오리엔탈리즘으로 무장한 MCU 새 히어로의 등장

[프리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 9월 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1/08/27 [14:37]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틸컷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2021년 마블의 첫 영화였던 <블랙 위도우>는 소련 스파이와 가족주의라는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고전 스타일을 답습하며 현대의 여성서사와 히어로 영화의 세계관과 규모를 조합해 마블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재미를 줬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할리우드가 동양을 바라보는 시점을 가져오면서 마블만의 변주를 시도한다. 오리엔탈리즘에 기초한 판타지에 무술을 결합한 이 작품은 MCU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오리엔탈리즘은 강한 판타지의 색을 보여준다. 과거 서양인이 동양에 품었던 환상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는다. 10개의 링(텐 링즈)을 통해 천 년 넘게 불로불사의 몸으로 살고 있는 웬우와 신의 무술을 배운다는 전설의 마을 탈로, 강 아래에 잠들어 있는 용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오리엔탈리즘이 극대화되는 장면은 전설의 마을을 찾아간 웬우가 후에 샹치의 어머니가 되는 여성과 무술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와호장룡> 속 자연과 어우러진 결을 따르는 부드럽고도 강인한 무술을 포인트로 삼는다.

 

사랑을 하며 정복과 파괴의 삶을 포기한 웬우는 가정을 꾸리게 된다. 샹치와 샤링 남매를 낳으며 행복하게 살던 이들 부부는 아내가 죽으면서 붕괴된다. 웬우는 텐 링즈를 봉인했기에 과거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이들이 공격해 온 것이라 여긴다. 아내의 죽음이 힘을 통한 폭력이 아닌 평화와 사랑을 추구했기 때문에 벌어졌다 생각한 그는 다시 텐 링즈를 팔에 끼고 정복자의 삶을 택한다. 이런 웬우의 모습은 힘으로 세계를 집어삼키고자 하는 제국주의의 열망을 보여준다.

 

아버지에 의해 살인병기로 자란 샹치는 사랑이 넘쳤던 이전 가족의 모습과 다르게 나아가는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임무 중 미국으로 도망친다. 이름을 션으로 바꾸고 절친한 친구 케이티와 주차요원으로 일하던 그는 웬우의 부하들에게 습격을 받으며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웬우와 샤링을 샹치가 다시 만난다는 서사는 가족의 붕괴와 만남을 보여줬던 <블랙 위도우>를 떠올리게 만든다.

 

가족의 붕괴와 봉합 그 과정에서 사랑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비슷하다. 차이라면 <블랙 위도우>가 다소 개성이 부족한 빌런으로 재미를 반감시켰다면, <샹치>는 웬우를 사연 있는 빌런으로 설정해 MCU의 매력적인 악역 계보를 이어가게 만든다. ‘네가 내 아빠다라는 대사로 큰 충격을 주었던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가족이 히어로와 빌런으로 나눠져 갈등을 벌이다 봉합되는 고전서사에 기틀을 두며 판타지를 통해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적 묘미를 더한다.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틸컷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여기에 마블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액션 장면이 한층 더 규모를 키운다. 매 작품마다 색다른 액션 장면을 선보이며 환호를 받아온 MCU는 이번 작품에서는 포인트로 공중전을 선보인다. <블랙 위도우>에서 하늘 위 기지를 배경으로 한 액션 장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고층건물을 배경으로 한 전투를 선보이며 공중전에서도 강한 면모를 이어왔는데 이번에는 용을 통해 그 규모를 한층 더 키운다.

 

샹치와 샤링이 탈로 마을 전설의 용을 타고 하늘을 나는 괴물을 상대로 전투를 펼치는 장면은 크리처물을 보는 듯한 규모와 공중전과 수중전을 아우르는 박진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샹치가 웬우의 부하들과 버스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 고층빌딩에서 샹치와 샤링이 웬우의 부하들과 아찔한 대결을 펼치는 장면 등 맨몸 무술을 통한 동양액션의 매력을 살리면서 파괴력을 집중시킨다.

 

MCU의 자본력을 보여주는 블록버스터의 규모와 다양성의 가치는 오리엔탈리즘과 가족주의에 기초를 준 골격과 만나 변주를 시도한다. 동시에 서구의 시각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억압과 폭력을 피해 샹치가 미국에 왔다는 설정은 미국을 자유와 평화의 땅으로 느끼게 만든다. 웬우가 샤링이 여자라는 이유로 무술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은 동양 유교 문화권 사상인 남존여비를 떠올리게 만든다.

 

지배와 폭력을 일삼아 온 웬우의 모습은 전랑외교 등으로 전 세계에 패권국으로 군림하려는 중국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런 웬우를 샹치가 막으려 한다는 점, 이 과정에서 케이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은 히어로의 인종만 동양인으로 바뀌었을 뿐 미국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계를 구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런 팍스 아메리카나의 정신이 강하게 느껴지다 보니 변주를 통한 오락적인 매력은 충분하나 시점의 측면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MCU는 자신들의 작품을 거대한 세계관 내에서 하나로 만들고 있다. 앞서 <닥터 스트레인지>에 등장하며 샹치보다 먼저 동양인 캐릭터로 합류한 웡이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샹치와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특히 케이티 역의 경우 배우 아콰피나 특유의 유쾌한 구강액션을 선보이며 밝은 분위기가 특징인 MCU에 새로운 활력을 더해줄 예정이다. 참고로 2개의 쿠키영상이 준비되어 있으니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극장 문을 나서지 않길 바란다.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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