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Review|‘청설’(Hear Me, 2009)

남진희 | 기사승인 2021/08/30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Review|‘청설’(Hear Me, 2009)

남진희 | 입력 : 2021/08/30 [10:00]

[씨네리와인드|남진희 리뷰어] * 주의! 이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과 꿈은 기적이다. 듣지 못해도, 말을 하지 않아도, 번역 없이도 알 수 있는 그것.”

 

▲ 영화 '청설' 스틸컷  © 오드

 

들을 청(), 말씀 설()’ 영화 청설의 제목은 나의 말을 네가 듣다.’라는 뜻을 가졌다. 많은 사람들은 보통 말이라고 하면 목소리를 내어 상대방에게 자신의 얘기를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말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수어를 통해 자신의 얘기를 전한다. 그렇기에 주인공들에게 듣는다는 것은 곧 본다는 것과 같다. 표정과 몸짓으로 대화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관객들 또한, 소리보다는 시각에 집중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은 잔잔한 음악이나 주변 효과음 위주로 최소화되어 있어 주인공들의 느끼는 감정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양양(진의함)은 자신의 언니이자 청각장애 수영선수인 샤오펑(천옌시)을 뒷바라지하며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샤오펑과 수어로 대화를 나누는 양양에게 한눈에 반한 티엔커(펑위옌)는 양양과 가까워지려 한다. 자신을 위해주고 얘기가 잘 통하는 그가 양양도 싫지 않았는지 둘은 자주 어울려 놀고 메신저도 주고 받는다. 특히, 양양이 거리공연 알바를 할 때 티엔커가 자신의 마음을 수어로 말하는 장면은 서로에 대한 둘의 마음을 조금 짐작해볼 수 있게 해준다.

 

▲ 영화 '청설' 스틸컷  © 오드

 

양양은 거리에서 동전을 주면 공연을 보여주는 알바를 한다. 티엔커는 움직이지 않는 양양에게 장난을 치다가 이윽고 동전을 주는 대신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네가 자꾸 생각이 난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렇지만 그 고백을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 양양은 티엔커의 수어가 끝난 뒤에도 좀 전에 공연을 했던 자세 그대로 멈춰 있었다. 처음부터 양양에게 마음이 간 티엔커와 아직 자신의 마음과 티엔커에 대해 혼란스러운 양양의 감정을 묘하게 표현해주는 순간이다. 그녀에게 티엔커의 마음은 아직 온전히 보여지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듯 언제나 행복한 순간만 있을 수는 없기 마련이다. 평소 티엔커가 챙겨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 오랜만에 함께 먹은 저녁값을 자신이 계산하고 싶었던 양양은 거리 공연으로 번 동전을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마침 손님이 들어와 대기하게 되고 손님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던 티엔커는 자신이 먼저 지폐로 계산한다. 결국 양양은 자신이 번 돈을 티엔커가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둘은 다투게 된다. 평소 자신이 마주해야 했던 험악한 현실과 안 좋은 시선들로 인해 상처를 가지고 있는 양양과 그녀를 이해하지만 그런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었던 티엔커의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순간이었다.

 

▲ 영화 '청설' 스틸컷  © 오드

 

이 장면 이후 티엔커가 양양에게 사과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는 말은 우리에게 큰 여운으로 다가온다. "너에게 얘기를 들려주려 했어. 나의 말은 가끔 모래사장 위의 기러기 발자국이 되어버려". 깊게 찍혀 있어도 파도가 오면 쉽게 지워져 버리는 모래사장 위의 기러기 발자국처럼 양양에게 닿지 못하는 티엔커의 솔직한 마음은 사랑의 아픈 한 부분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의 감정을 전하는 순간은 매우 기적적인 순간이지만 그 전까지 우리는 수십 번의 아픔과 실패를 겪는다. 감정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티엔커와 양양 모두에게 사랑은 풋풋하면서도 낯선 것이었다. 특히, 티엔커가 화해하고자 양양에게 선물한 물새 저금통은 후에 양양이 티엔커를 생각하며 저금통에 동전을 채우다 똑같은 저금통을 여러 개 산 것과 이어지며 티엔커의 풋풋한 마음이 결국 양양에게 닿게 될 것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준다.

 

그렇기에 티엔커가 양양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담백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티엔커는 양양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불안할 필요가 없다고 하며 자신이 그녀에 대한 사랑을 진심으로 보여줄 것임을 약속한다. 그녀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 그녀가 양양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던 이유는 평소에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을 보지 않고 겉모습으로만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을 별종이라 칭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녀를 배려해주고 똑바로 봐준 티엔커에게 양양은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에서 인상 깊은 반전은 양양이 청각장애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양양과 티엔커는 수어를 사용하는 서로를 보고 자연스럽게 서로가 청각장애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수어로 대화를 이어갔고 오히려 수어를 통해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목소리의 형태가 없어도 충분히 전달되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그려내는 사랑은 관객들의 마음을 진하게 울리는지도 모른다.

 

▲ 영화 '청설' 스틸컷  © 오드

 

또한, 영화 '청설'의 의미는 양양과 티엔커의 사이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 의미는 양양과 샤오펑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양은 농아인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샤오펑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샤오펑은 자신의 꿈을 위해 희생하는 양양에게 보답해주기 위해 둘은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해왔다. 그러나 샤오펑이 갑작스러운 화재로 근육에 부상을 입게 되며 올림픽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이들은 처음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솔직한 말을 전한다.

 

자신의 꿈을 위해 희생하는 양양에게 샤오펑은 "널 희생하면서 내 꿈을 가지려고 하지마"라고 말한다. 샤오펑에게 양양은 누구보다 고마운 존재이면서 미안한 존재였을 것이다. 자신이 올림픽의 꿈을 바라는 만큼 양양에게도 스스로의 꿈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던 샤오펑. 그런 그녀를 이해하는 듯, 양양은 샤오펑이 자신의 언니로 태어나줘서 너무 자랑스럽다고 대답한다. 이처럼 영화 '청설'은 사람들이 사랑, 그리고 꿈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장면 하나하나에 아름답게 표현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양양과 샤오펑의 따스한 마음은 둘의 꿈을 응원해주는 소중한 무언가가 되어 각자의 마음에 와닿게 되었다. ’청설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 영화 '청설' 스틸컷  © 오드

 

영화 '청설'은 사람들에게 명작이라고 공인된 장르인 대만 로맨스에 속하지만, 이 장르에 속하는 다른 영화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수어라는 독특한 언어를 통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표현해낸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전달받는 관객들 또한, 영화의 장면들을 더욱 인상 깊게 보게 된다. 이 영화는 익숙하면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살아간다.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목소리라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히 사랑과 꿈에 대해 전할 때는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않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방법들을 통해 각자가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고 서로를 알아간다현실이라는 한계 속에서 이러한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평범하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기적을 선물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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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희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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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8.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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