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극장!

한별 | 기사승인 2021/08/31

굿바이, 서울극장!

한별 | 입력 : 2021/08/31 [10:00]


[씨네리와인드|한별 저널리스트] 1979년 문을 연 뒤 40년 넘게 종로의 대표 극장이었던 '서울극장'이 오는 31일 상영작을 끝으로 폐관한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관객을 빼앗긴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이 심화하면서다.

 

서울극장 폐관을 며칠 앞둔 그제, 퇴근 후 서울극장을 방문했다. 영화를 좋아하고 각종 기획전이나 졸업 상영회 등을 계기로 종종 서울극장을 찾았었지만, 서울극장을 자주 드나들던 세대는 아니기에 폐관 소식을 들었을 때도 결국 버텨오던 서울극장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사라지게 되었구나 생각했다. 내 윗세대는 아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퇴근 후 의도치 않게 생각보다 약간 늦어져 상영 시작 시각에서 2분 정도 늦게 상영관에 들어갔다. 선착순으로 무료 상영회를 진행했지만, 오전에 예매하러 극장까지 갈 수가 없었기에 미리 온라인으로 예매하고 티켓만 찾아 허둥지둥 지하 1층에 위치한 8관으로 들어갔다. 나이 지긋하신 직원 분께서 '방금 막 시작했으니 어서 들어가라'는 말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치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의 극장 주인이 떠오를 법한, 서울극장의 마지막을 지키고 계시던 분이었다. 

 

딱 들어가니 스크린에는 막 영화 제목이 나타나는 시점이었다. 웬걸, 코로나19가 터지고 극장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이었다. 극장 상영관이 엄청 큰 건 아니라고 해도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렇게 꽉 찬 걸 보기는 쉽지 않았는데, 다들 서울극장을 추억하러 왔는가 싶어 아쉬웠다. 관객들의 연령층도 되게 다양했다. 어린 친구들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한자리에 모여 영화를 즐기고 극장을 추억하러 왔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멀티플렉스 체인이 아닌 독립 극장 하나하나가 정말로 소중하게 느껴질 테다. 

 

나는 영화가 추억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설령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영화와 관련된 추억이 하나씩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극장에 추억이 있을 수도 있고. 첫 데이트를 했던 곳이었거나, 엄마와 손잡고 갔던 첫 극장이었다거나. 우리 언론사 이름인 '씨네-리와인드'도 영화를 되감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나 어딘가에 언론사 이름을 표기할 때, 항상 '추억을 되감다'라는 문구를 같이 적는다. 영화를 보며 공감을 하기도, 위로를 받기도, 내 모습을 찾기도 하니까. 

 

폐관을 앞둔 서울극장은 너무나 쓸쓸해 보였다. 그럼에도 동시에 참으로 굳건했다. 한국영화사와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서울극장에게 크나큰 고마움을 표한다. 다양한 작품을 고루 상영하고 배급해 온, 그리고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한 서울극장 덕에 지금까지의 관객들은 소중한 추억들을 쌓을 수 있었으니까. 점차 관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며 어딘가에 쳐박힌 영화 필름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기억되듯이 나도 잊지 않고 간직할께. 굿바이, 서울극장!  

 

▲ 서울극장 전경.     ©서울극장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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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8.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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