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불신하는 믿음

Review|'소년 아메드'(Young Ahmed, 2019)

배해웅 | 기사승인 2021/09/06

믿음을 불신하는 믿음

Review|'소년 아메드'(Young Ahmed, 2019)

배해웅 | 입력 : 2021/09/06 [19:15]

 

[씨네리와인드배해웅 리뷰어]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는 여자와 악수하는 것도 거부할 정도로 강경한 무슬림 소년이다. 그는 본인을 다정하게 대하는 아녜스 선생님(메리엄 아카디우)이 쿠란이 아닌 노래로 아랍어를 가르친다는 이유로 그녀를 배교자로 낙인찍고 살인을 결심한다. 어설픈 준비 때문에 살인은 미수에 그치지만, 아메드는 소년 교정 시설에 보내진다. 아메드는 그곳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호시탐탐 아녜스를 처단할 기회만을 노린다. 세 번째 살인 시도 과정에서 아메드는 아녜스 집 담벼락을 넘다가 추락한다. 죽음에 위기에 처한 아메드.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도와주러 나온 아녜스의 손을 잡는다.

 

▲ <소년 아메드> 포스터  © 영화사 진진

 

다르덴 형제는 지금껏 윤리에 관한 영화들을 찍어왔다. 그들이 <소년 아메드>에서 윤리적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이슬람 강경파의 시대착오적인 규율보다는 믿음의 태도에 가깝다. 영화가 무슬림을 비판하고자 했다면 나약한 소년의 몸을 빌리지 않고, 골격이 잡힌 성인을 택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아메드는 자신이 살인 도구로 택한 뾰족한 칫솔이나 칼에 자신이 찔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목에 넣다 빼기를 반복하는 소년이다. 준비부터 어설퍼 보이는 그의 행동을 보면서 살인이 성공할지 우려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아메드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이맘(오스만 모먼) 역시 치밀한 인물은 아니다. 그는 아메드와 그의 형 라시드를 슬슬 꼬드겨 이용하지만, 결국은 라시드의 진술 한 번에 감옥에 수감되는 인물이다. 덧붙여 영화는 아메드가 이슬람 강경파가 된 정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배교도를 죽이고 사망한 사촌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으로 아이가 무슬림이 된 계기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아메드에게 자리 잡은 맹신을 전제조건처럼 제시하면서 한 아이에게 내재한 잘못된 믿음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의 삶을 흔드는지를 응시한다.

 

아녜스의 아랍어 노래 교실에 모인 사람들은 아메드와 이맘이 배교행위라고 확정한 의제에 관해 논쟁을 벌인다. 아녜스를 옹호하는 쪽은 쿠란에 나오는 아랍어로는 뉴스나 설명서를 읽는 것에 무리가 있다.’ ‘일상 아랍어는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아랍어는 무슬림이 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다.’ ‘예언자의 말씀을 존중하기 위해선 쿠란으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혹 사람들의 목소리가 격양되곤 하지만, 모두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니며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토론을 멈추는 것은 아메드와 그의 형 라시드이다. 두 아이는 아녜스 선생님은 유대인 남자친구가 있다라는 논점에서 빗나간 말로 토론을 중지시킨다. 그리고 대화를 요구하는 아녜스를 무시하고 교실을 빠져나간다.

 

두 아이에겐 아녜스의 배교행위가 중요할 뿐 노래로 아랍어를 배우는 행위의 옳고 그름에는 이미 확답을 내린 상태다. 아메드를 찾아온 아녜스는 쿠란에는 다른 종교와 교류가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며, 이는 쿠란을 잘 아는 아버지에게 배웠다는 말로 아메드를 설득한다. 그러나 아메드는 아녜스의 논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같은 경전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아메드가 믿고 있는 것은 쿠란 자체가 아니라 이맘의 믿음이고, 배격되는 것은 아녜스의 믿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메드는 자신의 믿음 이외의 믿음들을 불신한다.

 

▲ 아메드와 아녜스  © 영화사 진진

 

믿음의 오류는 그 여백을 발견했을 때 발생한다. 아메드의 믿음에 틈을 벌리는 것은 믿음으로 가려왔던 그의 억제된 본능이다. 교정 시설에서 순조롭게 적응하던 아메드에게 그가 호감을 느끼던 소녀 루이스가 키스하면서 아메드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메드가 믿는 교리에서는 결혼할 상대가 아닌 비무슬림 여성과 키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메드의 믿음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감정이 소년의 신체에서 마찰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아메드는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고자 다시 한번 아녜스를 죽이려는 마음을 먹는다. 뾰족한 나사를 뽑아 그녀에게 가던 아메드는 창문을 넘다 추락한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아메드는 본능적으로 알라가 아닌 엄마를 찾는다. 그리곤 나사로 철장을 두드리며 아녜스의 도움을 구한다. 죽음이 아녜스가 아니라 자신에게 찾아오자 알라의 명을 따르기 위해 뽑아 든 살인 도구는 생존을 위한 도구로 바뀐다. 두 장면은 불신하던 대상이 각각 사랑과 생존의 본능으로 대체되는 순간이다믿음의 여백을 체화했을 때 아메드의 굳은 믿음에도 균열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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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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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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