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델마와 루이스의 끝없는 비상

Review|'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1991)

오채림 | 기사승인 2021/09/13

자유를 향한 델마와 루이스의 끝없는 비상

Review|'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1991)

오채림 | 입력 : 2021/09/13 [10:00]

▲ 영화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씨네리와인드|오채림 리뷰어]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는 명작들이 있다. 그 중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일부 장면 속 드넓은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은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델마와 루이스>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며 명작으로 불리게 되었던 이유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 영화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억압적인 결혼생활 속 답답함을 느끼던 델마는 자신의 친구 루이스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들의 상반된 성향은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싸는 모습에서부터 차이가 드러난다. 각각 물건들을 지퍼 백에 담아 정갈하게 정리하는 루이스와는 상반되게 델마의 경우 옷장 서랍을 탈탈 털어 짐 가방에 쑤시듯 대충 옷가지를 넣는 모습부터 캐릭터적인 특성이 두드러진다. 이는 두 사람이 끊임없이 갈등함과 동시에 영화적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의 방향성을 보여주며 두 사람의 특징적인 모습을 부각한다

 

극은 루이스가 델마를 강간하려는 한 남자 할렌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되며 본격적인 갈등을 보여준다. 폭력적인 할렌으로 인해 예상치 못 한 살인을 저지른 둘은 현장을 무작정 떠나버린다. 델마는 자수하자고 말하지만 루이스는 자수를 하더라도 믿어줄 사람이 없을 거라고 단정 짓고는 도주를 통해 회피의 방식을 택한다. 이를 통해 루이스가 과거로부터 얻은 상처를 드러냄과 동시에 심리적인 특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겉으로는 당돌하고 이성적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상처로 인해 회피와 도망의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내 이들의 도피처와 같았던 멕시코행은 더 큰 사건을 불러일으키며 영화 속 이들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델마와 루이스는 이내 경찰들의 표적이 되며 여행길이 아닌 끝없는 추격전에 들어선다.

 

▲ 영화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한편 델마는 도주의 길에서 만난 매력적인 범죄자 제이디로부터 마음을 빼앗기고 결국 잠자리를 같이 한다. 단순히 델마의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던 제이디와의 만남은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작용한다. 다음 날 그녀는 머리가 헝클어진 채 이제야 어떤 기분인지 알겠어. 정말 딴 세상이더라라며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편과 십여 년간의 결혼 생활에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그녀의 본능적 욕구를 발현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야성을 깨달음과 동시에 새로운 문을 열고 발을 딛게 된다. 하지만 델마의 얘기를 듣던 루이스는 제이디가 자신의 돈을 훔쳐갔음을 알게 되고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이때 늘 루이스의 말에 따라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던 델마가 위기를 모면한다. 강도였던 제이디가 알려 준 가게를 터는 방법을 토대로 한 상점을 털어 강도짓을 한 것이다.

 

그동안 억압적인 남편 아래 주눅 들어 있던 그녀는 본성을 통해 새로운 방식을 택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 한다. 늘 루이스의 말을 듣고 도주를 그저 따르기만 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다. 델마는 상황에 적극성을 띄며 자유를 향해 달려가려는 태도를 취한다. 물론 강도행위는 범죄이지만 살인 후 도주를 시도하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범법 행위의 유무보다는 자신들의 자유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결국 관객들은 델마와 루이스의 자유를 향한 질주를 응원하며 추격에 함께 동참한다. 이와 같은 델마의 터닝 포인트는 두 사람이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며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게 만든다.

 

▲ 영화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과거 철부지 같게만 보이던 델마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넘어서서 과거 상처를 씻어내지 못 한 루이스를 치유하기도 한다. 루이스에겐 과거 텍사스에서 성폭행의 아픔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과거 트라우마는 루이스가 피해자임에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녀의 회피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과거, 여자로서 자신의 정당방위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비극적인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도망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해오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루이스의 상처는 이내 델마와 함께 떠난 여정에서의 위로로부터 점차 치유되어간다. 그들에겐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상처의 접점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델마와 루이스는 여정 속에서 상처에 대한 직접적인 대화보단 우정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후 총을 든 델마기 루이스를 체포하려던 경찰을 차 트렁크에 가두고 루이스를 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모습 또한 루이스가 성폭행으로부터 델마를 구해낸 초반부와 역전된 상황으로서 델마가 여정을 통해 얼마나 변화하고 성장했는가를 결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 영화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결국 델마와 루이스는 그들의 저항수단이었던 범죄행각들로 인해 경찰에게 붙잡히게 되고 만다. 하지만 절벽 끝에서도 사회에 굴복하기보단 자유를 갈망했던 그들은 끝없는 질주를 위해 그랜드캐년을 향하여 비상한다. 이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가 절벽으로 향한 클라이맥스와 동시에 막을 내린다. 이로 인해 우리는 델마와 루이스가 결국 죽게 되었는지, 끝까지 살아남았을지 그들의 결말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델마와 루이스는 남성으로부터의 억압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깨어있음을 실감하고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살아있었지만 늘 폭력적이고 마초적인 남성으로부터 갇혀 지내며 죽은 듯이 살아왔던 두 여성이 진정으로 눈을 뜨고 깨어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단지 일상생활로부터 벗어나 여행을 원했던 델마와 루이스는 남성 중심 사회로부터 대항하며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이 되었다. “난 지금처럼 깨어있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어”. 델마의 대사이자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통괄하는 이 메시지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수많은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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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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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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