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모어'- 미운 오리새끼였던 지하의 드랙 퀸이 햇살 가득한 거리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모어' / I am More

이하늘 | 기사승인 2021/09/16

DMZ|'모어'- 미운 오리새끼였던 지하의 드랙 퀸이 햇살 가득한 거리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모어' / I am More

이하늘 | 입력 : 2021/09/16 [09:58]

[씨네리와인드|이하늘 리뷰어] 흙탕물이 가득한 물웅덩이에 오리가 반사된다. ‘나는 왜 작고 볼품없지?’ 안데르센의 동화 속 미운 오리 새끼의 이야기다. 원하지 않던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 물웅덩이를 이리저리 헤쳐 놓아도 다시 그 모습이 반사된다. 오리 사회에서 미운오리새끼는 다름을 존중받지 못하고, 미운털이 콕 박혀버린 아이일 것이다. 누군가가 붙여놓은 ‘미운’이라는 말은 자신의 마음 속을 헤집고 들어와서 자신을 미운 존재로 인식하는 결과에 이르렀다. 제 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월드프리미어부분의 상영작  <모어>(2021) 또한 스스로가 미운 오리 새끼가 되려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무용가이자 성소수자인 모어(모지민)의 삶을 2018년부터 3년가량의 제작기간을 마치고 이곳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그가 뉴욕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라마마극장의 ‘13fruitcakes’에서 올란도 역을 맡게 되며, 자신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보여준다. 이 작품은 미운 오리 새끼라는 명칭이 스스로가 만들어낸 호수 속의 인물이 아닌, 누군가가 부여한 족쇄 같은 이름이었다는 것을 말하며 지금의 모어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가 참여하는 ‘13fruitcakes’는 작년 말 뉴욕에서 성공리에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작품이다. 그 심장부에 모어가 있었다. 이 작품은 드랙퀸 올란도를 중심으로 성소수자의 발화점인 ‘스톤월 항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 속에서 올란도가 13인의 다른 성소수자들을 만나게 되며 그들에게 용기를 주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성공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의 삶을 되짚어 올라가며, 미운 오리 새끼였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흙탕물의 탁함처럼 그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그 순간 속으로. 그 이전의 모어의 삶을 이일화 감독은 화려한 음악과 함께 어두운 지하계단 속으로 내려간다. 누군가를 따라가는지 관객들은 알지 못한 채 이태원의 클럽 ‘트랜스’의 간판의 황홀함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간판이 켜진 탑라이트가 내리쬐는 무대 아래, 짙은 화장과 화려한 옷을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모어가 서있다. 관객들 사이에 섞인 드랙퀸, 모어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황홀하고 아름답지만 슬픔이 서려있다. 

 

▲ '모어'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스틸컷

 

“아버지, 난 사실 발레리노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어.” 

 

영화는 모어(모지민)의 독백 나레이션도 삽입되는데, 한예종 무용과를 나온 그는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 꼿꼿히 선 한 마리의 백조가 되고 싶었던, 그는 발레리노를 선택한 대신 지하의 드랙퀸이 되었다. 그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기에. 이태원의 반짝이는 불빛 안에서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고 어떤 춤이든 출 수 있었다. 지하의 세계로 진입한 것이다. 영화는 지하 속의 그를 다양한 공간의 지상으로 끌어올려준다. 햇살의 강렬한 열기는 그의 발끝을 더 꼿꼿이 세워준다. 영화 속 나오는 모어의 부모님과 그의 동성애인인 제냐는 그의 인생의 중심부에서 그의 발끝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는 다음 스텝으로 이동한다. 그가 백조가 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그의 춤으로, 나레이션으로 담담히 풀어낸다. 짙은 화장으로 표정을 숨기고, 앙상한 몸으로 역동적인 동작을 선보이는 모습은 앞으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영화는 모지민이라는 인물을 포착한 다큐멘터리지만 극영화 같은 플롯을 지닌다. 지하라는 어두운 공간에서 빛이 내리쬐는 공간으로 말이다. 하지만 무대의 넓은 공간으로 확장된 그의 발걸음이 다시 돌아가는 곳은 이태원의 작은 계단으로 내려가는 문이다. 다시 어둠 속으로 그는 들어간다. 한 인간의 서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쫓아가는 과정 속에서 관객들은 어둠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모지민의 예명인 모어(毛魚)는 한자어로 해석하면 ‘털난 물고기’라는 의미를 지닌다. 물고기는 대체로 털을 가질 수 없다. 아니 '대체로'가 아니라 '절대' 그럴 수 없다. 투명한 비늘과 아가미를 가지고 살아가는 물고기에게 털은 그들 세상에서는 아이러니를 가진 존재로 인식될 것이다. 그는 여성이 되고 싶었고, 남자는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닌 선택을 당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무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털 난 물고기,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 그의 인생을 어둠의 드랙 퀸으로 끌고 간 존재는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이지만, 그 어둠의 힘은 그를 집어삼켰다. 편견들은 그를 괴롭히는 소리가 되었고, 그는 털 난 물고기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라고 해서 털 난 물고기가 아닌지 물음을 던져본다. 그 털이 덥수룩하냐 아니냐에 따라 그렇게 불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Director 이일하

Cast 모지민 

 

■ 상영기록 

2021/09/11 13:00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 4관 

2021/09/14 19:00 메가박스 백석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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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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