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두 번 이상 보세요

n차 관람러의 권유

김미정 | 기사승인 2021/09/16

영화는 두 번 이상 보세요

n차 관람러의 권유

김미정 | 입력 : 2021/09/16 [10:04]

[씨네리와인드|김미정 리뷰어] 여러분은 한 영화를 평균적으로 몇 번씩 관람하는가?

 

필자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책 등의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작품들을 여러 번 관람하는 이른바 ‘n차 관람러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화를 몇 번이고 돌려보는 편이다. 애정 하는 작품들의 경우에는 몇 번 봤는지도 모르게, 내가 배우들보다도 먼저 대사를 칠 수 있을 정도로 돌려봤다.

 

모든 작품들이 그렇지만, 영화는 특히나 한 번 봤을 때와 두 번 봤을 때가 다르다. 첫 관람 때는 모든 장면과 요소들을 처음 접하는 것이니 정신없이 받아들이기에 바쁘다. 좋았던 장면을 꼽을 수는 있으나, 왜 좋았는지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물론, 능력치 부족한 필자의 기준). 두 번째 관람부터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임에 따라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다른 인물의 시선에서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감상이 또 하나 추가되기도 한다. 놓쳤던 장면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고, 배우들의 연기를 더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감독이 의도가 담겨있지만 찾지 못했던 걸 알 수도 있다. 어쩌면 숨겨놓은 의도를 찾을 수도 있다영화를 두 번, 세 번, 그 이상 여러 번 본다는 것은 같은 내용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내용에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끝없이 발견할 수 있는 과정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n차 관람의 방식은 시간이 흐른 뒤에 영화에 대한 기억은 있으나 감상이 단편적이 될 때 즈음 다시 보는 것이다. 2-3년 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전혀 다른, 새로운 감상으로 작품이 다가온다면, 그때의 쾌감과 감동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여러가지 생각이 뒤섞이면서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는데,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장면이나 의미, 의도 등을 찾아낸 것에 대한 쾌감도 있지만, ‘나의 생각이 적어도 반 뼘정도는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묘한 기쁨을 준다. 영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태도를 배울 수도, 깨달을 수도 있다.

 

내 경험 중에 이런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해줬던 영화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이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이 주인공 마츠코를 바라보듯이 나도 마츠코 일생의 혐오스런일들에 초점을 두고 보느라, 그저 보기 힘든 영화로만 남았었다. 그러나 최근에 다시 보았을 때는 보다 많은 점들이 보였고, 영화를 보는 초점이 달라졌다. 우선, ‘마츠코라는 인물 그 자체에 집중하며, 인물의 내외적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왜 그녀가 혐오스런일생으로 비쳐지는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인지에 대해 집중해서 보게 된 것이다. 처음 봤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영화의 장면 연출이나, 삽입곡들의 가사의미 등의 다른 내적 요소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관심을 두고 보게 되었다. , 이 영화의 두번째 관람은 나에게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타인의 삶을 또 다른 타인인 내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라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삶의 태도를 하나 더 찾게 되었던 계기를 만들어줬다. 새로 얻게 된 이 태도로 인해 어떤 사건, 이야기이든 간에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접근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공식 포스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경우에도 n차 관람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 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아주 어릴 때 본 후, 성인이 되어서야 다시 보게 됐었다. 그러다 보니, 더 극명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10대와 20대의 감성은 사뭇 달랐다. 더 이상 하울의 행동이 멋져 보이지 않았고,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들이 시련에 대응할 합리적인 방법을 혼자 찾고 있었다. 어릴 적 감수성이 옅어진 성인에게 하울은 그저 철딱서니 없는 잘생긴 마법사로 보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n차 관람으로 영화의 매력이 반감된 거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 어릴 때는 찾지 못했던 영화 속 대사 속 숨은 의도를 발견할 수 있었고, 유명한 OST까지도 단순 좋은 노래가 아닌 영화의 일부로서 감독의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하울은 멋진 남자로 보이지 않았지만, 영화 자체는 더 멋져 보이게 되었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 공식 스틸컷

 

이런 필자와 정반대 성향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한 번 본 작품을 또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n차 관람은 질려서 못하겠다는 분들. 필자 주변 지인들 중에도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다. 어디까지나 성향의 차이이니 이해하지만, 정말 좋은 작품일수록 시간이 지난 후에 적어도 한 번은 더 봐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좋은 작품의 기준을 내가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걸작이든 아니든 간에, 수많은 시간을 거치고 나서도 개인의 기억에 남았던 영화가 진정 좋은 영화 아닐까? 잘 만들어진 명작과 좋은 영화는 다른 법이니까. 때문에 영화를 사랑하는 모두가 멋진, 좋은 작품들의 여러 특징과 장점들을 더 많이 알아채고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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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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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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