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학의 날개짓

Review|'학이 난다'(The Cranes Are Flying, 1957)

오채림 | 기사승인 2021/09/17

시대를 초월한 학의 날개짓

Review|'학이 난다'(The Cranes Are Flying, 1957)

오채림 | 입력 : 2021/09/17 [09:55]

▲ 영화 '학이 난다' 스틸컷.  


[씨네리와인드|오채림 리뷰어] 필자는 
고전영화 및 흑백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고전영화를 떠올리면 딱딱한 카메라 앵글, 클리셰로 쓰이는 고정적 스토리들, 투박한 장면들 등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영화 '학이 난다'도 스토리적인 부분이나, 상징적인 장면 등에서는 그렇게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첫 장면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스토리의 예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남자 주인공과, 그런 남자 주인공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자 주인공.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지금까지 많은 영화들의 내용으로 쓰여 왔던 클리셰인만큼 머릿속에 충분히 그려졌다.

 

▲ 영화 '학이 난다' 스틸컷.

 

영화의 상징적 의미이자 제목으로 쓰인 학이 나는 장면은 주인공 남녀가 하늘 위, 학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왜 제목이 '학이 난다'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기도 전에 말이다. 이런 장면은 너무나 예상 가능하게도 마지막 장면 속 전쟁의 결과를 암시하는 장치로도 쓰인다. 학이 하늘에서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은 전쟁에서 자유롭게 해방되어 비극에서 벗어난 그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았지만, <학이 난다>라는 제목에 끼워 맞추기 위해 집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약간은 작위적이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진부한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학이 난다>는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며 명작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 영화 '학이 난다' 스틸컷.

 

일단 먼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날아가는 학 떼를 쳐다보다가 물에 맞게 되면서 그들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길을 발맞춰 같이 걷는 모습, 남자 주인공 보리스가 베로니카의 머리카락을 넘기는 장면, 그리고 베로니카를 뒤따라 계단을 타고 따라가는 보리스의 모습 등이 나온다. 물론 옛날 흑백 영화이지만, 요즘의 풋풋한 로맨스 영화의 장면들과 다름없이 그들이 사랑하는 장면들은 옛날이 배경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싱그러운 그들의 사랑을 보여준다. 이 상황 속 두 사람을 찍는 카메라 기법 및 장소적 장치는 이들의 사랑을 더욱 깊게 몰입할 수 있도록 드러낸다. 수직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활용하여 그녀를 만나기 위한 설렘의 단계처럼 묘사하여 극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 영화 '학이 난다' 스틸컷. 

 

또한 인상적인 장면은 전쟁 도중, 남자 주인공이 총에 맞아 죽는 씬이다. 남자 주인공 보리스가 총을 맞게 되면서 화면 앵글이 그의 시선에 따라, 하늘과 옆 나무 배경에 따라 돌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돌아가는 장면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따라 계단을 오를 때의 첫 장면의 씬으로 점차 전환이 된다. 그가 행복했던 그 당시의 기억과 그가 바라고 약속해왔던 여주인공과의 결혼, 그리고 행복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다시 현실의 그의 죽음 씬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1950년대의 흑백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기법을 보여준다. 물론 옛날 영화인만큼 진부하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종종 존재한다. 하지만 이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는 것과 그가 계단을 오를 때의 그 속도감, 그가 총을 맞고 하늘을 바라볼 때의 시선을 따라 돌아가는 카메라 앵글 등은 보리스의 죽음과 함께 그가 바라 왔던 희망적이고 행복한 삶을 이루지 못 한 그 비극적인 모습을 더욱 더 부각해내기에 충분했다. 또한 돌아가는 카메라 무빙은 그가 총격 후 의식을 잃어가는 모습을 표현해내는 것에 있어서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장치였다.

 

▲ 영화 '학이 난다' 스틸컷.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학이 난다'는 분명 흑백영화임에도 흑백영화답지 않은 섬세함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흑백영화의 경우, 컬러의 다채로움을 사용하지 못할뿐더러, 화질 또한 최신 영화들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수준에 밖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 흑백영화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섬세하게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카메라 무빙이 많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의 얼굴을 줌인했을 때 드러나는 애절함, 애틋한 감정, 울분해 지친 그녀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모습, 꽃을 들고 흐느끼는 그녀의 표정, 그녀의 눈에 빛이 눈가를 비추는 모습 등은 감정 선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투박하게 담긴 흑백의 색깔, 그리고 카메라 무빙, 그래서 더 눈에 띄었으며 현재까지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가 되었다. 고전영화였지만 그랬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라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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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채림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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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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