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감정에 대하여

<나의 EX> 그리고 <해피투게더>

고부경 | 기사승인 2021/09/17

사랑의 감정에 대하여

<나의 EX> 그리고 <해피투게더>

고부경 | 입력 : 2021/09/17 [10:34]

[씨네리와인드|고부경 리뷰어] 지난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상영된 바 있는 「나의 EX」, 그리고 왕가위 감독의 1998년작 「해피투게더」. 누군가는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을 ‘퀴어 장르’라고 꼽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들을 감상하면서 두 작품 모두 너무나도 평범한, 그래서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것을 느꼈으며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특히 공감할 만하다고 생각되어 독자들과 함께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 영화 <나의EX> 스틸컷     ©위너 브라더스 타이완

 

「나의 EX」 (2018)

 

“누가 먼저 그를 사랑했는가?”

 

어린 시절 유치하게 다툴 때면 꼭 ‘내가 먼저니 네가 먼저니’가 쟁점이 되곤 했다. 누가 먼저 그를 사랑했었는지를 따져보는 이 문장은 사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며, 영화의 원제이다. 영화는 중학생 쑹청시(황성구)의 아버지 쑹정위안(진여산)은 암으로 사망하고, 아들을 살뜰히 챙기는 그의 어머니 류싼롄(사영훤)이 남편의 사망 보험금이 자신이 아닌 남편의 동성 연인 가오위제(구택)의 앞으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쑹청시와 류싼롄, 그리고 가오위제의 심리와 그 감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먼저 그를 사랑했는지 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쑹정위안을 사랑했지만 더 이상 그가 없는 이 세상에서 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그들만의 상처와 과거의 기억을 뒤로하고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주목하며 감상하게 되었다. 

 

류싼롄은 가오위제를 남편을 앗아간 변태라며 악을 쓰고, 가오위제는 어딘가 모르게 불량하게 만 보이는 데다가, 쑹청시는 한 발 물러나 그런 그들을 삐딱하게 바라본다.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 외적인 것을 볼 수 있었다. 남편, 연인, 그리고 아빠를 잃은 슬픔 때문에 침울하게만 전개되는 이야기였다면 그저 그런 영화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에서 돋보이는 센스와 코믹한 장면,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은 영화를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고 모든 인물을 이해하고 또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래거 마치 어딘가 정말 류싼롄, 가오위제, 쑹청시가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또 위로하며 함께 살아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 영화 <해피투게더> 스틸컷 © 빅하우스     ©디스테이션

 

「해피투게더 (1997)

 

아파서 누워있는 아휘(양조위)에게 배가 고프다며 밥을 달라는 보영(장국영), 그리고 또 정말 그 와중에 이불을 둘둘 만 채로 밥을 하는 아휘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웃음이 날 것이다. 또 ‘사랑의 힘이란 이렇게나 강력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이과수 폭포에 가기 위해 홍콩의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로 온 연인 아휘와 보영의 이야기인 <해피투게더>는 왕가위 감독의 수작 중 하나다. 두 사람은 보영의 변덕스러운 성격 때문에 헤어지지만 보영의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이 한마디는 아휘를 녹일 수 있는 비장의 무기다. 밖으로 나도는 보영을 곁에 두기 위해 노력하는 아휘의 모습에서 사랑하고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의 그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고 그 고독함은 관객에게까지 전해진다.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함은 부족함 없이 느껴지지만 조금 더 그 사랑을 소중히 여겼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보영을 간호하면서 사실은 조금 더디게 나았으면 을 바라는 아휘의 그 속마음은 대사로도 나타나고, 보영의 여권을 숨기는 것에서도 절묘하게 드러난다. 보영이 점차 나아지며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는 날이 잦아지면서 텅 빈 집에서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기는 듯한 아휘의 모습을 보면서 쓸쓸함, 그리움과 같은 여러 감정들이 뒤엉켜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예상 가능한 결말을 가져간다. 아휘의 담요를 꽉 그러쥐고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우는 보영의 장면은 몇 번을 보아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보영과 아휘 두 사람이 그렇게나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는데, 여전히 이별에 아파하는데 언젠가 다시 한 번 “우리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았다. ‘구름 사이로 잠깐 비치는 봄 햇살’. <해피투게더>의 또 다른 이름인 춘광사설의 뜻이다. 짧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한 이 구절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느꼈다. 잠깐이지만 따뜻했던 두 사람의 그 사랑이 바로 춘광사설 그 자체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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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경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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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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