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 미지의 세계와 함께 만들어낸 순수악

주의: 관람하기 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것

이성현 | 기사승인 2021/07/14

랑종, 미지의 세계와 함께 만들어낸 순수악

주의: 관람하기 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것

이성현 | 입력 : 2021/07/14 [15:47]

[씨네리와인드|이성현 리뷰어] 나홍진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다. 2003년 단편으로 데뷔 후 장편연출작은 3편 뿐이지만 버릴 게 없다. 스타일도 확고하다. 어둡고, 잔혹하다. 덕분에 탄탄한 매니아층도 확보 되어있다. 단점이라면 작품과 작품 사이의 기간. <추격자>(2008)<황해>(2010) 이후 6년만에 <곡성>(2016)이 개봉하고 5년이 지났지만 차기작은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신작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찾아왔다. 연출작은 아니지만 그가 제작에 참여하고 원안까지 작성한 <랑종>(2021)이 막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다. 연출은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다. 아무래도 이름은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셔터>(2004)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말 그대로 소름 돋는 연출과 귀신의 묘사를 보여준 그 <셔터>의 감독이다. <곡성><셔터>의 만남, 감이 잡히지는 않지만 기대감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좋아할 만한 그런 작품은 아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스타일이니 이번 글을 통해 어떤 대중들에게 추천하고 비추천할 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전체적인 영화평부터 언급하자면 내 기대를 80% 정도는 충족시켜줬다. 정말 강렬하다. 그리고 정말 세다. <랑종>을 볼 계획이 있다면 본 작품은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이고, 왜 이러한 등급을 받았는 지 인지하고 마음의 준비 또한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후반부 1시간은 활활 타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순도 100%의 악을 느낄 수 있다. 나홍진과 반종 피산다나쿤, 두 감독의 협업으로 예상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최대한으로 발휘되었다고 생각한다. <곡성>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던 잔혹함과 기괴함, 그리고 <셔터>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라는 감정 그 자체가 잘 융합됐다. 또 하나 기대되는 요소가 태국이라는 한국인에게는 미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었다. 이 역시 영화의 장점으로 내세울 소지가 충분하다. 태국 특유의 질감이 잘 살아있다. 덥고 습하고 비가 콸콸 쏟아진다. 이것들이 합쳐져 끈적하다는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낸다. 영화가 끝나면 요즘 날씨에 밖에 오래 있는 것처럼 몸이 끈적한 느낌이 든다.

 

▲ 참고로 나홍진 감독은 수위를 낮추자고 반종 감독에게 설득했다고 한다. <랑종>(2021) 언론시사회.  © (주)쇼박스

 

호불호가 심하다고 한 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우선 너무 잔혹하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수위와 잔혹한 장면은 모두 내가 작품의 흐름에 필요하다 생각해서 삽입하였다. 필요 없이 잔혹함만을 위해 들어간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관람을 고려 중이라면 재고를 해 보기를 권장한다. 그만큼 수위가 높다. 다큐멘터리 형식도 걸림돌이라고 느꼈다.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태국어로 무당이라는 뜻) (싸와니 우툼마)과 그의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을 인터뷰하고 취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 형식이 오히려 공포심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반부에서 다큐멘터리의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여기서 빌드업을 진행한 후 후반부에 클라이맥스를 보여줘야겠다가 내가 생각한 감독의 의도이다. 이와 같이 영화를 전개할 때는 클라이맥스 이전 부분, ~중반부도 충분히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할리우드>(2019)는 상영시간 2시간 40분 중 하이라이트 시퀀스는 30분에 불과하다. 30분을 위해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스토리로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한다. 그런데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흥미진진하다. 반대로 <랑종>은 같은 대목에서 흥미가 떨어진다. 빨리 하이라이트로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 빌드업의 정석. <원스 어폰 어 타임 인...할리우드>(2019) 스틸컷  © 소니 픽처스 코리아

 

장단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곡성>과 비교했을 때 어떤 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애초에 두 작품은 서로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5년 만에 나홍진 감독이 선택한 작품이고, 배급사도 나홍진과 <곡성>을 위시로 하여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곡성>이 워낙 강한 임팩트를 남기기도 해서 대중들도 궁금해 하는 사안이다. 둘 다 정말 잘 만들었다. 한 편만 굳이 고르자면 나는 <곡성>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랑종>이 감각적인 자극이 훨씬 심한데, 연출의 부족함을 메꾸려 급한 불을 끄는 행동으로 보인다. <곡성>처럼 분위기와 연출만으로 분위기를 휘어잡는 데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다. 물론 <곡성>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영화 자체는 상당히 훌륭하다. 반대로 피상적으로만 봤을 때는 <랑종>이 대중들에게 임팩트가 더 강할 수 있다. 오로지 공포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랑종>이 훨씬 무섭다고 자부한다.

 

▲ <곡성>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다. <곡성>(2016) 스틸컷     ©20세기 폭스 코리아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겠지만 확고한 연출 스타일과 몰입감을 가진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렬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상당히 새롭다. 찾기 힘든 스타일의 영화가 한국 영화시장의 수면 위로 떠오르니 대중들의 영화 관람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말 세고 강렬하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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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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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7.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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