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적 거리두기' 김수현 감독 - 코로나 상황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SIWFF에서 만난 사람|'사랑적 거리두기' 감독 김수현

한별 | 기사승인 2021/09/04

'사랑적 거리두기' 김수현 감독 - 코로나 상황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SIWFF에서 만난 사람|'사랑적 거리두기' 감독 김수현

한별 | 입력 : 2021/09/04 [12:00]

 

▲ '사랑적 거리두기'를 연출한 김수현 감독.  © 씨네리와인드

 

[씨네리와인드|한별 저널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담은 '사랑적 거리두기'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공개됐다. 10대 감독인 김수현 감독의 '사랑적 거리두기'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소재가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귀기로 한 뒤 100일 만에 놀이터에서 첫 데이트로 마주하게 된 커플 '진주'와 '구빈'은 방역 수칙으로 인해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심지어 양주머니에 손소독제를, 손에는 라텍스 장갑을, 얼굴에는 마스크에 가림막까지 착용한 진주(윤혜린)는 좋아하기 때문에 멀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오롯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싶은 둘은 숨을 참고 잠시 마스크를 벗는다. 관객들에게 순간순간의 웃음을 주는 대사와 유쾌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사랑적 거리두기'의 김수현 감독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코로나 시대의 연인을 되게 유쾌하게 잘 그려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스토리를 구상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김수현_ 이번 영화가 고등학교 졸업 작품인데 사실 원래 찍으려던 영화는 <사랑적 거리두기>가 아니었다. '첫 키스'에 관한 영화를 찍으려고 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심화되면서 마스크를 벗고 촬영하는 게 위험한 부분이 많았다. 그렇게 촬영을 강행한다면 배우와 스탭, 그리고 나도 절대 즐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촬영 일자와 코로나에 대한 압박은 점점 다가오는데, 문득 침대에 누워있다가 코로나로 힘든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코로나라고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각자의 최선으로 살아가고 있듯이, 그냥 이 상황 자체를 찍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든 아이디어를 코로나화 하다가 ‘마스크를 써야 하면 투명마스크를 씌우자` 이런 식으로 대체할 아이디어를 찾았다. 찍기로 했던 영화는 포기했지만 '솔직함'이 관객분들에게 더 다가가는 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이 이야기를 구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코로나19 속 연인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낸 '사랑적 거리두기' 스틸컷.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영화 ‘사랑적 거리두기’가 상영됐다. 소감을 듣고 싶다.

 

김수현_ 제 영화가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게 심지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라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프로그래머님 분들이셨는데, 선정되었을 때 직접 전화로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시고 어떤 절차로 영화제가 진행될지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 것이 감사했다. 10대 학생이다 보니 영화제에 나왔을 때 내 영화가 어디서 왜 상영되고 있는지 모르거나 학교 일과로 인해 일정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나?'라고 할 때마다 그래도 된다고 손잡아주시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공부하면서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데,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고 늘 노력해도 대사나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쓸 때 여성의 시선으로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늘 그래 왔으니까’라고 보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10대인 저도 시선이 갇혀있는데 더 어리거나 이미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온 여성들은 얼마나 더 시선이 좁아질 수밖에 없을까 하는 고민도 들더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페미니즘에 관한 이슈는 물론, 국제사회 문제에서도 여성들이 말하고 질문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라는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영화인들을 통해서 많은 에너지를 얻고 목소리에 힘이 생기는 기회도 되었던 것 같다.

 

‘사랑적 거리두기’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만들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혹시 없었는지.

 

김수현_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손 키스 씬이 고민도 많고 문제도 많았다. 시나리오에는 ‘손가락을 잡고 문지르다가 순식간에 손등으로 올라가서 비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잡는 진주. 구빈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겠다는 듯 진주의 엄지를 잡는다’, 이런 식으로 마음대로 써놨는데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둘의 감정이 가장 절정에 도달하는 씬인 만큼 '좀 더 과감해야 하나'라는 고민도 했다. 일단 해보자고 액션을 하는데 정적 속에서 찹찹 소리와 바뀌는 손짓이 격정적으로 움직이는 걸 차마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그때 지도해주시는 선생님께서 급하게 컷을 하시면서 이건 안될 것 같다고 하셔서 `설마 더 격하게 가야 하나?’ 했는데 너무 능숙하게 농염하다고 손사래를 치셨다. (웃음) 사운드를 하던 친구도 헤드폰을 빼면서 미간이 빨개지고 배우들도 서먹해지면서 전체적으로 촬영장 분위기가 이상해졌는데, 그 순간 정신 차리고 재미보다도 서로의 힘듦과 노력을 이해하고 화합한다는 의미 전달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도와 각도, 조명을 더 드라마틱하게 조절해서 선정적인 느낌보다는 극적인 느낌으로 바꾸고 서투르고 장난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오히려 더 간질간질하고 묘한 느낌이 들고 웃으면서 ‘어우~’ 같은 한마디도 할 수 있었다. 소재의 흥미와 자극성을 인지했을 때는 기존에 내가 말하고자 했던 건 뭔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운 것 같다.

 

▲ '사랑적 거리두기'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윤혜린 배우와 김규빈 배우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캐스팅 과정은?

 

김수현_ 혜린이와 규빈이는 기존에 만들기로 한 작품에 주연으로 이미 캐스팅된 친구들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바꾸자고 생각한 뒤에도 두 친구와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재학 중인 예고 특성상 과별로 반이 다르고 3년 내내 같은 반이라서 친구들을 오래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그 장점 덕에 관찰했던 친구들의 포인트들을 시나리오에 많이 반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바뀐 시나리오를 가져가서 계속 함께 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까 오히려 끝까지 같이 해달라고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규빈이는 평소에 무엇이든 열심히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친구인데, 그런 모습이 매 순간 진심이고 그래서 찌질한 구빈이의 캐릭터를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됐다. 혜린이는 제가 1학년 때 초단편으로 찍었던 첫 영화의 주인공인데, 그때의 역할이 기숙사에서 실수로 좋아하는 남자의 팬티를 가져와 버린 캐릭터였다. 그 캐릭터를 잘 살려준 4차원적인 매력이 진주를 연기할 때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고, 혜린이가 고등학교에서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해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좋은 배우들을 친구로서 가까이서 보고 캐스팅할 수 있다는 기회가 있다는 게 예고를 다니면서의 큰 장점이라고 느끼고 있다.

 

감독님은 어떻게 영화를 접하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수현_ 초등학교 때부터 느리다는 말을 들었다. 남들보다 더 생각하고 있는 건데 그게 ‘늦는다’로 정의되더라. '왜 사람들은 이렇게 서두를까?', '정말 내가 느린 걸까?' 이런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영화관으로 견학을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보러 간 영화가 뽀로로 극장판이었고 별 생각이 없었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자 뛰어다니던 친구도, 저를 잡아 이끌면서 수다를 떨던 친구도 모두 멈춰서 화면만 보더라. 뽀로로의 날갯짓에 따라 사람들이 모두가 웃고 울고 있는 모습에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처음으로 친구에 뒤처지지 않고 봤던 것 같다. 그 때 시간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함께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요소는 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내가 늦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빠르다고 원망하지 않아도 되는, 함께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빠른 게 최고인 세상에서 숏폼 콘텐츠가 성행하고 있지만, 영화는 그 사이에서 방점을 찍어주는 역할인 것 같다. 흘러가 버리는 일들을 캐치해서 생각의 기회와 시간의 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면이 영화를 계속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 '사랑적 거리두기' 김수현 감독.  © 씨네리와인드

 

가장 닮고 싶은 감독이나 좋아하는 감독이 있다면.

 

김수현_ 최근에 ‘갈매기’의 김미조 감독님 인터뷰를 보고 연출을 닮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갈매기’는 성폭력을 당하고도 사회적으로 공격받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영화인데, 영화를 보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성폭력에 대해서 다루는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성폭행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후에 '현장에서는 오케이와 엔지를 내야 하는데 성폭력 장면의 좋고 나쁘고가 있을까요. 성폭력 생존자도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어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씀하신 인터뷰 기사를 봤다. 우리는 어떤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룰 때 어떤 피해를 어떻게, 얼마나 당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은 '왜 그래야 하지?'라고 의문을 던지시고 작품에 자기 생각을 담아내셨다. 그 시도가 낯설더라도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거침없이 던지는 모습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데,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만들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듣고 싶다.

 

김수현_ 인생을 길게 봐서 100세 인생으로 생각하는데, 아직 3년밖에 영화를 배우지 않았다. 심지어 그 짧은 시간 안에 영화에 '정'도 들어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이렇게 영화가 좋아진 동력도 있었는데, 이전에 찍은 영화들의 소재가 팬티, 엉덩이, 콘돔 이런 소재였다. 사람들은 소재가 자극적인 면만 보고 웃곤 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먼저 웃어 넘겨버리는 것에 대해 반박을 하고 싶어지더라. 이런 성적인 소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편견을 영상 언어로 전달했을 때 사람들이 웃지도 가만히 있지도 못하는 그 반응을 볼 때 쾌감이 들었다. 앞으로 꼭 성적인 소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그냥 웃어넘기는 일을 콕 집어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코로나가 끝난 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김수현_ 너무 영화에 충실한 답변일 수 있지만 (웃음)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고 싶다. 영화관에서는 팝콘 같은 간식 안고 영화 시간을 기다리고, 영화관의 카라멜 냄새를 맡는 그런 감성을 느끼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재미도 있는데, 관람한 영화의 몰입도나 긴장감 같은 게 상영이 끝나고 나면 팝콘이 얼마나 남아있냐에 따라 갈린다. 그게 나만의 소소한 관람평인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 하게 되면서 별 거 아닌데 서운하더라. 영화관을 찾게 되는 것도 망설여지는 요즘인데, 코로나가 끝나면 불안함 없이 자유롭게 영화관에서 팝콘을 사서 영화를 보고 싶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영화관에 와 준 관객들에게, 그리고 온라인으로 ‘사랑적 거리두기’를 시청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사말이 있다면?

 

김수현_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슬로건인 ‘돌보다, 돌아보다’ 처럼 진주가 코로나 상황의 어려움을 제대로 마주하고, 그럼에도 또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진주의 모습이 관객분들께 우리는 멈추지 않고 더 좋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관객분들을 만나거나 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서 나 자신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제 영화를 봐 주셔서 감사하고, 손소독제를 꼭 안고 보시면 더 좋을 것 같다. (웃음) 

 

INTERVIEW 한별(한재훈)

PHOTOGRAPH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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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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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1/09/06 [13:29] 수정 | 삭제
  • 감독님의 다음 영화가 더욱 기대가 되는 인터뷰네요 :) 김수현 감독님의 앞으로의 나날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