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너머에' 윤혜리 -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만들어 낸 인상적인 캐릭터

INTERVIEWㅣ'그대 너머에' 배우 윤혜리

한별 | 기사승인 2021/09/11

'그대 너머에' 윤혜리 -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만들어 낸 인상적인 캐릭터

INTERVIEWㅣ'그대 너머에' 배우 윤혜리

한별 | 입력 : 2021/09/11 [11:00]

▲ '그대 너머에'로 첫 장편 주연을 맡은 배우 윤혜리.  © 농부영화사

 

[씨네리와인드|한별 저널리스트] 기억과 망각을 자유자재로 다룬 독창적이고 치밀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는 박홍민 감독은 이번 작품 '그대 너머에'에서 탁월한 심리 묘사와 관객의 감정이입을 유발하는 세밀한 연출, 전형성을 탈피한 유연한 촬영과 독특한 연출기법으로 자신만의 낯설고 매력적인 미장센을 창조했다. 하지만 서울독립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으로 공개된 후 지난 9일 극장 개봉한 영화 '그대 너머에'에서 누가 뭐래도 빼놓을 수 없는 건 '지연'을 연기한 배우 윤혜리다. 배우 김권후와 오민애 사이에서 기억을 헤매는 여자 '지연'을 연기한 윤혜리는 첫 장편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 ‘그대 너머에’로 첫 장편 주연을 맡았다. 이전 작품들과는 어떻게 달랐는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혜리_ 단편은 아무래도 짧다보니 아쉬운 점들이 많더라. 연장선에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아직 개봉은 하지 않았지만  「이 세상에 없는」 이라는 영화에 조연으로 참여했었다. 그 때 조연이지만 장편 영화에 처음 참여하게 되어 좋았다. 현장에서 오래 호흡하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고 느꼈다. 그 다음 해에  「그대 너머에」  주연을 맡게 되어 감사했다.

 

▶ ‘그대 너머에’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점이 있었다면.

 

♥윤혜리_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대 너머에’는 일반적인 영화들과는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이 사뭇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분들 한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지연이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한가지 힌트를 드리자면 겹겹이 레이어드 된 상황속에서도 관통하는 감정선이 지연이에게 분명히 있었다. 그 부분을 눈여겨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 ‘그대 너머에’는 어떤 과정을 통해 출연하게 되었나.

 

♥윤혜리_ 이돈구 감독님이 박홍민 감독님께 소개해주셨다. 이돈구 감독님과는 프로젝트 단편으로 만나게 됐다. 어느 날 이돈구 감독님이 프로필을 달라 하셔서 받아가셨다. 박홍민 감독님이 영화를 준비하시는데, 이돈구 감독님께 프로필 추천을 해 달라 하셨다고 했다. 후에 박홍민 감독님께서 연기 영상을 더 보내달라고 연락을 주셔서 미팅을 하고 오디션을 봤다. 박홍민 감독님이 20대 여자 배우를 찾고 계시던 도중에 내가 추천되었다고 들었다.

 

▶ 스크린으로 완성된 작품을 보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윤혜리_ 영화에 참여했으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였지만 궁금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완성본을 처음 봤을 때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시나리오도 되게 재밌게 봤었는데, 그 느낌을 더 깊고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해 내셨더라. 이제 벌써 4번이나 봤는데, 볼 때 마다 느낌이 다 다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 봤을 때는 내가 놓치고 본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다. 볼수록 매력적인 영화다.

 

▲ '그대 너머에'로 첫 장편 주연을 맡은 배우 윤혜리.  © 농부영화사

 

▶ ‘그대 너머에’는 첫 장편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안정적이고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배우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윤혜리_ 초등학교 5학년 때쯤 반 장기자랑을 했었는데, 뮤지컬 <그리스>에 '썸머 나잇'이라는 넘버에서 여자 주인공 샌디 역할을 맡았었다. 그런데 그때는 키가 되게 작았었는데 키 때문에 주연에서 밀려났던 것 같다. (웃음) 중학교 때부터 드라마 보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다. 멀어보여서 쉽게 도전하지 못했었는데, 고등학교 때 연극 동아리를 하게 됐고 오디션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별 거 없구나', '다 똑같구나', '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부모님 설득하는 과정부터 시작해 연기과에 들어갔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시작해서 차근차근 해 나가니 이제는 영화제에 가는 영화, 개봉하는 영화도 생겼다.

 

▶ 영화 ‘그대 너머에’를 찍으며 가장 공감하려 했던 부분이나 신경 썼던 지점이 있다면.

 

♥윤혜리_ 지연 역을 맡았으니 지연이의 감정에 공감을 많이 하려고 했다. 그리고 누구나 존재에 대해서는 고민을 한 번쯤 하는데, 그 지점부터 지연이를 시작하려 했던 것 같다.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뿌리가 흔들렸을 때, '나라면 어땠을까', '내가 지연의 상황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존재에 대한 고민'에 공감을 하려 했다.

 

▶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윤혜리_ 추천해드리고 싶은 장면은 마지막에 인숙이 지연을 골목길 따라 쫓아가는 장면. 그 전까지 카메라가 인물들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다가 그 장면에서는 유독 한 발치 떨어져서 전체적으로 인숙이 지연을 찾아다닌다걸 보여준다. 박홍민 감독님의 골목이 '사람의 뇌' 같은 메타포라 볼 수 있는데, 그걸 보면서 그런 인숙의 머리 속에서 지연을 계속 찾아다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 찾아냈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마지막에 지연이 경호의 집에 찾아가서 문을 열어 달라고 하는 장면인데, 반응이 없으니까 나와서 두리번거리다 집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문을 열어 달라는 말이 마음의 문을 열어 달라고 하는 말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 그렇게 아저씨를 부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러고 나서 지연이와 경호가 나란히 앉아있는데 지연이는 경호를 보지 못하지만 경호는 지연이를 본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울렁거린다.

 

▲ '그대 너머에' 스틸컷.     ©농부영화사

 

▶ 그렇다면 본인은 지연이가 실재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윤혜리_ 지연이가 실재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아까 말씀했던 부분이랑 이어지는데,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문 밖에 있는 지연이가 딸인지는 모르지만 인숙이 지연을 찾아내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시나리오 밖으로 나가는,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에 길바닥에 잠들어 있는 지연을 인숙이 찾아냈을 때, 눈 앞에 있는 지연이가 자기 딸이라는 것은 알지 못해도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는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런 엄마를 보고 지연이는 무언가 또 깨닫지 않았을까. 둘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하는 뭔가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윤혜리_ 마음으로 느끼며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 작년에 개봉한 '테넷'도 복잡한 영화인데, 어떻게든 이해를 하면서 보려니까 오히려 집중이 안 되더라. '그대 너머에'도 그 영화만의 느낌을 받아들이면서, 감정적인 부분이 더 큰 영화니까 '감정 대 감정'으로 영화를 따뜻하게 봐 주시면 좋겠다. 열린 마음으로 봐 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배우 윤혜리.  © 농부영화사


▶ 본인의 가장 큰 매력을 어필한다면? 배우로서의 매력, 혹은 '윤혜리'라는 사람의 매력도 좋고.

 

♥윤혜리_ 꾸준함.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산만한 편인 것 같기도 하고. (웃음) 그런데 연기에서는 계속 뭔가를 해 보고 싶더라. 배우라는 직업이 '기다림'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인데, 그럴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받고 계속 하나하나 차근차근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 보고 싶은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윤혜리_ 그동안 했던 역할들은 지연이랑 비슷한 역할이 많았던 것 같다. 겉으로 봤을 때 묘한 캐릭터. 지금은 좀 더 자유롭고 대담한 연기도 해 보고 싶다. 되고 싶은 배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배우.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것 같기도 한데, 관객과 배우가 일치하게 되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어느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을 끌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를 한 편만 추천한다면.

 

♥윤혜리_ 윤가은 감독님의  「우리 집」. 좋아하는 영화가 많아서 고민을 해 봤는데, '우리 집'이라는 영화는 아이들과 집에 대한 내용을 제목 그대로 정직하게 담았다고 생각한다. 가정 안에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마음들이 와닿더라. 어린 시절의 나를 보는 느낌도 있고, 많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다 하나씩 있듯이 어린 시절에 관련된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좋지 않을까. 그게 영화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가 개봉했는데, 보러 온, 그리고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혜리_ 저의 영화는 독립 영화이고 작은 영화인 만큼 보러 오시기로 결심을 해 주신 것만으로 굉장히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기억, 관계, 존재에 대해 고민을 누구나 다 하는데, 그런 고민들을 같이 할 수 있는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느끼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게 멜로야?'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남녀 간의 사랑만 있는 게 아니듯이 이런 사랑 이야기도 있구나, 멜로 영화라는 장르에 대해 넓게 보게 해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그런 걸 많이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 (웃음)

 

▲ '그대 너머에' 배우 윤혜리 지연 ver. 포스터.  © 농부영화사

 

INTERVIEW 한별(한재훈)

PHOTOGRAPH 농부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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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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