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등급'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바람은 불어온다

장연희 | 기사승인 2021/09/15

'F등급'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바람은 불어온다

장연희 | 입력 : 2021/09/15 [10:00]

[씨네리와인드|장연희 리뷰어] [기사 ‘F등급’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① 에서 이어집니다] 여성 영화인들의 가능성도, 아이들의 꿈도 당연히 가로막혔던 시간들 속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낸 사람들 덕분에 변화의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개봉한 여러 여성 주연 영화·드라마가 그 결실이고, 문화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낸  우먼 인 할리우드」 96명의 배우들이 그 증표이다.

 

▲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포스터  © 마노엔터테인먼트

 

여성도 화내고, 싸우고, 웃고 웃는 한 사람임을

 

여성은 단지 누군가의 아내, 여자 친구, 엄마, 할머니로 정의되는 존재가 아니다.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존재도 아니고 평면적인 사람도 아니다. 놀랍게도 똑같은 한 사람이다! 그러니 여성 배우의 역할도 더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관객은 우정, 분노, 열등감, 행복, 좌절, 사랑 등 지극히 평범한 감정들을 겪는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미스 슬로운>의 엘리자베스 슬로운을 보며 야망을 불태우고

  <콜레트>의 콜레트처럼 자신의 꿈을 좇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캐롤>의 캐롤과 테레즈처럼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사랑을 그려보거나

  <캡틴 마블>을 보곤 세상을 구하는 멋진 영웅이 되길 꿈꿔볼 수 있다.

 영화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에 녹아들고 나선<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오션스 8>, <부탁 하나만 들어줘등을 관람하며 속 시원한 여성 액션, 범죄물을 즐겨보자.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스틸컷  © 마노엔터테인먼트

 

이처럼 여성도 모든 역할을 소화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낼 수 있음이 점점 증명되고 있고, 이로써 그간의 차별은 정말 부질없는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여성 관객들은 비로소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다.

 

그렇기 때문에 더 놀라운 <블랙 위도우>

 

MCU에서 자그마치 10년을 활약한 블랙 위도우의 솔로 무비는 언제 나올까, 하고 한 해 한 해 버티다 보니 2021년에서야 영화가 개봉했다. <블랙 위도우>는 오랜 기간 활약한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애정 어린 갈증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주었고, 마블만의 눈부신 액션도 보여주었다. 다른 솔로 무비들처럼 트릴로지가 아닌 것이 정말 아쉬울 정도로. 이런 재미요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들이 최고의 합을 보여준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드레이코프와 알렉세이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배경이 될 뿐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이 주인공이고 조력자이며 빌런이다. 싸우고 화해하고 울고 웃는 것도 모두 오로지 여성들만이 공유한다. 히어로 영화 속에서도 여성들이 공감하고 구원받는 연대가 드디어 만들어진 것이다.

 

블랙 위도우캐릭터를 대하는 시선 또한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지난 10년간 마블에서 보인 블랙 위도우 캐릭터는 능력 있는 문제 해결사지만 히어로가 아닌 심벌 같은 복장을 입고, 어벤져스 내 유일한 여성 히어로로서 러브라인을 피해 갈 수 없는 모습으로 소비되었다. 하지만 <블랙 위도우>는 그러지 않았다. 인간으로서의 나타샤 로마노프를 파헤쳐 그간 해왔던 고민과 노력, 죄책감을 보여주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주저 없이 달려 나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다른 동료 히어로들에게는 일찍이 주어졌던 성장의 시간들이 134분 만에 휘몰아치듯 지나갔지만 분명 유의미하고 상징적이다.

 

▲ 영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앞으로 할리우드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

 

여전히 15-20%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영화계 여성 고용 행태와 절대적으로 부족한 유색 인종과 소수자의 자리는 앞으로 할리우드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단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 태산 같은 문제를 무너뜨리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선 지치지 않고 꾸준히 변화를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비록 나아갈 길이 멀고 힘을 합쳐야 하는 일이 산더미지만 할리우드가 바뀌면 세계의 영화계가 바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세상도 차츰 바뀌지 않을까. 혹은 꾸준히 세지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 영화계도 자연스럽게 합류할지 모른다.

 

<우먼 인 할리우드>의 러닝타임 내내 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에 이마를 짚으며 보다가, 영화가 끝날 즘엔 굴하지 않고 지금 당장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여성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현시대의 사람들은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행동한다. 소비자는 옳다고 생각하는 곳에 소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므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디어는 이런 움직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미디어 업계가 할 일은 간단하다. 자신들이 가진 영향력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장벽을 무너뜨리고 한 발 앞에 서서 변화하는 세상을 적극적으로 맞이하면 된다. ‘F등급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관객으로서 온 마음 다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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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희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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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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