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불만족 특집|04. 미각의 불허: 완벽하지 않다면 맛볼 수 없다

영화 「완벽한 도미요리」 (2005)

최나윤 | 기사승인 2021/09/16

오감불만족 특집|04. 미각의 불허: 완벽하지 않다면 맛볼 수 없다

영화 「완벽한 도미요리」 (2005)

최나윤 | 입력 : 2021/09/16 [10:09]

 

▲ '완벽한 도미요리' 스틸컷     © 씨네리와인드

 

[씨네리와인드|최나윤 리뷰어] 살면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다. 아직 준비가 덜 돼서 혹은 스스로가 부족하다 느껴서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사람 말이다. 가끔은 완벽함을 추구하다 시작 자체를 미루기도 한다. 그러나 만반의 준비가 끝난 그때를 기다리기만 하다 기회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물론 필자도 어느 정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무수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하는 안타까운 겸손함도 있을 테다.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시작이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마무리라 생각한다. 나머지 반, 마무리할 용기를 채워줄 말은 어디에 있는 걸까?

 

미각을 다루는 오감불만족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은 이전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다.  「완벽한 도미요리」 는 만족스러운 감각을 추구하다 아예 감각을 써보지도 못하는 과유불급의 상황을 그렸다. 이 작품은 끝내주는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요리사의 이야기다. 종국엔 완벽한 도미 요리를 완성한다는 결말을 보면 이 이야기는 필히 해피엔딩이어야 하겠으나, 완벽을 위해 요리사가 기울인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요리사는 실수를 용납하지 못했다. 그 결과 눈알도 잃고 손도 잃고 시간도 잃었다. 그 뿐이랴. 자신은 물론 손님도 기다리다 늙어 죽었다. 물론 도미 요리의 맛은 아무도 보지 못한 채로.

  

10분도 채 되지 않는 이 단편 영화는 나홍진이라는 그로테스크의 대가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요리사는 최고의 도미 요리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릴의 온도를 맨손등으로 맞추고 타오른 살점을 맛보며 적절한 온도를 맞추는 그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인간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보니 완벽지도 못한다. 요리사의 실수가 반복될수록 그의 신체가 사라진다. 양파를 썰다 손가락이 잘려 나가고 실수로 도미의 눈을 날려 먹으면 자신의 눈을 대신 욱여넣는다. 몇십 년이 흐르고 드디어 음식을 내오는 그의 몸이 붕대투성이였던 것을 보면 희생당한 부위가 더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이처럼 완벽주의는 나를 갉아먹고 기회를 앗아가기도 한다. 영화는 이 뻔한 조언을 충격적으로 풀어간다. 해학적인 음악과 표정 연기가 돋보이지만, 영화 전반에 깔린 마무리 짓지 못하는 자들에 대한 경고는 섬뜩하기만 하다. 죽기 전에 완성한 일생일대의 작품은 안타까움만 불러일으킨다.

 

▲ 집착에 대한 영화 '독전'스틸컷     ©(주)용필름

 

영화 <독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가 뭔가를 쫓다가 뭘 쫓는지 왜 쫓는지 모르겠으면 집 가서 씻고 푹 자는 게 답이다." 성공에 대한 다짐은 달성이 늦어질수록 집착으로 변모한다. 어느샌가 본래의 목적은 잃어버리고 의미 없는 행위만 남는다. 또한 그 행위는 집착과 뒤엉켜 나 자신을 좀먹는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알고 있다. 저 요리사의 능력은 그가 원하는 경지에 도달할 정도가 못 된다. 정답에 가까운 추측을 넣어두고 관객은 그의 요리 과정을 계속 함께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아주 어쩌면 완벽하게 완성해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그래도 손가락까지 잘랐는데.'라며 눈물겨운 성공 신화의 예들을 떠올려 본다. 물론 결말은 냉정했다.

 

야망과 현실은 그토록 차이가 났다완벽한 도미 요리를 만들기엔 요리사의 실력이 부족했다그럼 이 영화는 욕심낸 자의 최후를 그린 걸까분수껏 살라는 말을 하는 걸까그럴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요리사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과연 영화 속 이야기는 오직 요리사의 완벽주의가 초래한 비극에 불과한가그렇다기엔 그가 받은 주문서에는 애초부터 '완벽한도미 요리가 적혀있지 않았던가간만에 주문이 들어온 요리사에게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했을지 짐작해보자경쟁사회에서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를 그냥 보내는 멍청이가 또 어디 있겠냐는 말이다다시 말해 이 비극은 완벽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거다.

 

▲ '완벽한 도미요리' 스틸컷  © 씨네리와인드

 

완벽함에 대한 강박은 요리사만 갖고 있던 게 아니다. 이는 도미 요리를 주문한 손님을 통해 알 수 있다. 마지막 부분을 보면, 손님 역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완벽한 요리를 기다리고 있다. 부식되고 거미줄 쳐진 몸뚱이지만 여전히 손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들려있다. 완벽한 요리를 먹는다는 완벽한 순간을 위해 미련하게 기다리다 죽은 손님도 요리사 못지않게 어리석다. 완벽주의는 요리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역설하는 재밌는 장면이다완벽함에 시달리는 사람''의 최후를 보라. 거미줄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극단적이고도 저주 어린 결말이 기다릴 뿐이다.

 

저러한 개인들을 만든 우리 사회는 누군가의 성공 신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상상 이상의 노력을 언급한다우리는 그런 살신성인에 박수를 쳐주며 아이들에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요리사는 완벽한 도미 요리를 완성했을 때의 자신을 향한 박수갈채를 상상하며 자신의 눈을 뽑았을지도 모른다. 장인의 마스터피스는 얼마나 찬양받던가! 물론 요리사는 첫째 장인이 아니고, 둘째 도미 요리로 예술을 하려던 건지도 모르겠다만 어찌 됐건 요리사가 사는 세계는 그런 류의 '정신'을 그의 신체보다 더 값어치 있게 매겼음은 분명하다. 만약 요리사가 단지 돌연변이 미치광이였다면 그가 요리를 내왔을 때 손님은 애진작 떠나고 없었을 테다. 그의 요리가 늦어질 때 주문서를 건네준 직원이 그를 말렸을 테다. 애초에 도미의 눈이 없는 채로 나갔어도 됐을 테다.

  

▲ 완벽함보다는 마무리에 중점을 둔 인터넷 밈(meme)

산울림의 김창완이 라디오 사연자에게 보낸 엽서가 있다. 완벽주의로 힘들어하는 청취자에게 그는 몇십 개의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그중 완벽한 원의 형태는 두세 개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찌그러진 원까지 모두 원이라 부르고, 모두 원이라는 걸 알고 있다요리사와 손님, 그리고 우리가 인지해야 할 부분이다. 만사에 대충하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끝마치는 게 중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요즘엔 과제를 썩 잘하진 않았지만 낸 것에 의의를 둔다는 우스꽝스러운 밈도 있다. 완벽함만 요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한 가지에 강박과 집착을 두고 살기엔 책임져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 게 인생이다. 완벽하지 않은 결과물에서 피드백을 받고 고쳐가는 게 진정 완벽해지는 길일 테다. 그러니 그 누구도 요리사가 되지도, 손님이 되지도 않길 바란다. 이 글을 쓰는 나조차 이 글이 완벽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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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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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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