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권민표·서한솔 감독 - 여백 속에 자기 자신을 넣을 수 있기를

INTERVIEWㅣ'종착역' 감독 권민표, 서한솔

한별 | 기사승인 2021/09/22

'종착역' 권민표·서한솔 감독 - 여백 속에 자기 자신을 넣을 수 있기를

INTERVIEWㅣ'종착역' 감독 권민표, 서한솔

한별 | 입력 : 2021/09/22 [11:00]

▲ 권민표 감독과 서한솔 감독이 영화 '종착역'으로 씨네리와인드와 만났다. / 사진=낫띵벗필름 제공 [21.09.12]  © 씨네리와인드

 

[씨네리와인드|한별 저널리스트] 어딘지 모르게 따스하게 스며든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종착역'(감독 서한솔, 권민표)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이다. '종착역'은 여름방학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전학 온 시연이 교내 사진 동아리에서 만난 세 명의 친구 연우, 소정, 송희를 만난 후, 세상의 끝을 카메라로 찍어 오라는 숙제를 하기 위해 함께 '신창역'으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동기인 권민표, 서한솔 감독이 합심하여 만든 공동 연출 작품으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제23회 타이베이영화제 국제 신인 감독 경쟁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종착역'을 연출한 권민표, 서한솔 감독이 함께 씨네리와인드와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로 만났다. 

 

스토리를 먼저 구상하고 제목을 지은 건지, 혹은 제목을 먼저 짓고 스토리를 구상한 것인지 궁금하다.

 

♠서한솔_ 스토리를 먼저 짓고 나서 가제목이라는 느낌으로 '종착역'이라고 지었다. 다 찍고 나서 제목을 고민했는데, 여전히 '종착역'이라는 단어가 영화를 설명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Short Vacation'이라는 영제는 시간을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은 어떨까 고민하다가 '짧은 방학'이라고 하면 어떨까 고민을 했다. 그렇게 제목이 두 개가 됐다.

 

여러 지하철 종점 중에서도 특별히 신창역을 선택한 이유는? 거리라는 단순한 이유였는지, 아니면 개인적인 추억이 있기 때문이라거나.

 

♠서한솔_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 스토리라인을 구성한 후에 캐릭터가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을 했는데 1호선이 가장 길다 보니 소요산역, 인천역, 신창역을 두고 고민했다. 인천역은 거리가 가깝기도 하지만 발달되어 있는 관광지라 누구나 쉽게 갈 수 있기에 제외했다. 남은 두 역 중에서 고르자니 신창역은 1호선의 종착역이기도 하지만 구 장항선의 시발역이기도 하다. 종착역이면서도 종착역이 아닌 이중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소요산역도 북한까지 철도가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운영되지 않아 그런 의미를 담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대사는 어떻게 한 것인가. 현장대사라고 들었는데 어디까지가 각본이고 어디서부터가 애드리브인지.

 

♠권민표_ 시나리오는 썼지만, 14살 주인공들의 솔직한 대화를 만들어내기 힘들다고 느꼈다. 인터뷰를 많이 해서 적용시킨다 하더라도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배우들을 인터뷰하며 대사를 지워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어떤 대화를 하게 될 것 같은지 물어보고, 이런 대화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조율했다. 요구되는 내용이 있으면 한 명에게 임무를 주듯이 이런 대사로 대화의 물꼬를 터 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진행했다.

 

♠서한솔_ 이런 작업방식을 해 본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씬 순서대로 찍었다. 그런데 학교 장면에서  31번 찍은 테이크도 있었고, 이런 방식으로 이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그 이후에는 조금씩 다른 방식을 적용했다. 한 공간에 인물들을 모아 놓고 자유롭게 대화를 하라고 하거나 임무를 주기도 하고, 뭔가가 잘 나오지 않을 때는 장소를 옮겨서 진행을 하는 방식이었다. 뒤로 갈수록 테이크 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마을 회관 엔딩의 경우에는 두 테이크만으로 찍었다. 우리도 배워나가는 과정이었다.

 

▲ 권민표 감독이 영화 '종착역'으로 씨네리와인드와 만났다. / 사진=낫띵벗필름 제공 [21.09.12]  © 씨네리와인드

 

전체적으로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강하다. 이런 느낌을 의도한 것인가.

 

♠권민표_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게 친구들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대화들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인위적인 것들을 배제하려다 보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 강조된 것 같다. 카메라 화면 밖에 있는 스텝들이 느껴지지 않도록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부터 다가가는 것까지 모든 면에서 많은 절제를 하려 했다. 관객들이 이 친구들을 바라볼 때 카메라 뒤편의 누군가가 느껴지면 감상에 방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아날로그 감성을 혹시 좋아하시는 걸까. 필름카메라로 찍어오라는 과제가 아이들에게 주어진다. 

 

♠권민표_ '레트로'라는 건 과거의 아는 걸 즐기기 위한 것이지 않나. 과거에 주인공 또래 친구들에게 사진 교육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일회용 필름 카메라 사용법이었다. 신기하게 반응을 하더라. 우리는 소풍을 가도 카메라로 찍었기에 익숙한 소품인데, 그 친구들의 신기해했던 반응이 생각이 나서 영화에 한 번 적용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과 다르게 어느 순간을 포착하는 느낌이 강한데, 디지털은 쉽게 찍고 지울 수 있지 않나. 지나가는 순간을 담고 포착하는 필름 카메라의 느낌이 세상의 끝과 많이 닮아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사용하게 됐다.

 

공동연출한 두 분은 어떻게 같이 만나 작업을 하시게 되었는지, 인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려달라.

 

♠서한솔_ 대학교 졸업작품이었고, 같은 8기 동기다. 일본 워크숍을 갔을 때,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이 프랑스 감독과 공동연출을 한 작품이 있었다. 그 작품을 상영한 후 관객과의 대화를 나눴었는데, 어떻게 공동연출을 하고 진행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들었다. 이전에는 공동연출이라고 하면 전반부는 이 사람이 하고 후반부는 이 사람이 한다는 식으로 많이 생각했는데, 촬영, 연기 지도, 시나리오 등 여러 부분에서 완전한 합의를 이뤄 같이 영화를 만들어도 되겠더라. 빨리 하려면 분업을 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충돌해오는 에너지가 맞부딪히면 시너지 효과로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졸업영화를 준비하면서 같이 하면 더 낫지 않겠나 생각했고, 그게 권민표 감독이다.  

 

▲ 서한솔 감독이 영화 '종착역'으로 씨네리와인드와 만났다. / 사진=낫띵벗필름 제공 [21.09.12]  © 씨네리와인드

 

어떻게 이런 스토리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나. 계기나 경험이 있었던 것인가.

 

♠권민표_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목적지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을 더 즐기는 편이라고 할까. (웃음) 목적지를 설정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떠난 첫 여행이 해남 땅끝마을. 해남터미널에 내려서 친구들과 그냥 걸어가 보자 해서 걸어갔던 기억이 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보이지도 않고 비만 와서 아무것도 없더라. 가는 길에 어떤 분이 차로 태워준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무섭기도 했다. 진짜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때 어떤 여성분이 갑자기 나타나서 태워준다고 하신 건데,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으니까. 또 교회에서 물을 얻어마시기도 하고. 가는 과정의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 기대감이 '종착역'이라는 작품을 같이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서한솔_ 개인적인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를 하는 타입이었기에 주변에서 이것까지 하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고, 대학에 가서는 여기까지 하면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어, 그러면 좋은 가족을 이룰 수 있어,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도달했을 때 보상 같은 건 없었다고 생각해 그런 허무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일상에서 받은 영감들이 결합되면서 내가 바랐거나 누군가가 목표라고 세뇌했던 곳에 도달한다면 어떤 느낌일까란  생각에서 출발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무엇을 담으려고 했나. 

 

♠권민표_ 신창역에 도착했을 때가 영화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엔딩은 신창역이 아니었을까, 

 

♠서한솔_ 엔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회의를 할 때도, 촬영할 때도 고민이었다. 엔딩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란 물음에 대해. 실제로 지하철 타고 서울 올라오는 장면의 다른 엔딩을 촬영하기도 했다. 다만 권민표 감독이 목표에 도달한 것보다 거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끝내면 가장 좋겠다고 편집과정에서 말했고 그게 좋을 것 같았다. 시연 배우가 찍은 그 사진에서 '사진'이라는 의미가 시간을 캡쳐한다는, 잡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니까 그 시간을 담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장면으로 끝났을 때 세상의 끝이라는 게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시간이라는 게 아닐까, 그 사진을 보면서 내 세상의 끝은 아닐까 고민하게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딘가 어둑하면서도 어설프기도 한데,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는 사진인 것 같아 그 사진으로 했다.

  

언제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신건가.

 

♠권민표_ 2013년쯤, 23살 때 대학 들어와서 찍기 시작했다. 테이프로 힘들게 찍고 변환했던 작품이 갑자기 생각난다. 

 

♠서한솔_ 학부 전공이 역사라 관련이 없었는데, 경험 삼아 찍어볼까 해서 워크숍 과정에 지원했다가 재밌어서 '난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2015년도부터 시작했다.

 

▲ ‘종착역’ 스틸컷.     ©필름다빈

 

관객들에게 어떤 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나. 

 

♠권민표_ 살다 보면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지 않나. 나도 어린 시절에 되게 가까웠는데 살다 보니 멀어진 경우가 있는데, 그런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자기 자신의 세상의 끝, 그런 걸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주변에서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인생의 추억이나 어렸을 때의 기억 등 다양한 감상이 들려주셨다.

 

♠서한솔_ 관객들이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감상평이 '도대체 뭘 얘기하고 싶어하는 걸까란 궁금증에서 시작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한 영화제에서는 작품을 보고 '화가 먼저 났다가 계속 생각해보니 나라면 이렇게 해 보지 않았을까'라는 관객도 있었다. 뭔가를 말하고 싶다기보다는 '나는 어떻게 살아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그런 질문들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여백 속에 자신을 넣을 수 있게.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권민표_ 요즘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실텐데, '종착역'은 과정과 관계를 다루는 영화이기도 하니 지금까지 걸어온 과정을 돌아보고 싶은 분들이 보면 좋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한솔_ 설시연, 박소정 배우 외에 오늘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두 친구(배연우, 한송이)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사랑스럽게 봐 주셨으면 한다.

 

INTERVIEW 한별(한재훈)

PHOTOGRAPH 낫띵벗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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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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